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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알 자지라

입력
2017.07.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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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위성TV인 알 자지라는 아라비아 반도를 가리키는 섬이라는 뜻이다. 1996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개국한 지 불과 수년 만에 아랍권 최대 뉴스채널로 자리 잡은 데 이어 지금은 세계 80여 지국에 4,5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확보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가 됐다. 알 자지라의 과거 활약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998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한 ‘사막의 여우’ 작전 때 현지에 특파원을 둔 유일한 매체였고,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당시도 전 세계 언론 중 유일하게 전쟁의 참상을 생중계했다.

▦ 2011년 들불처럼 번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당시 알 자지라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평했다. “아랍을 뒤흔든 항의시위를 하나로 묶은 것은 알 자지라였다. 알 자지라가 없었다면 모든 것은 불가능했다.” 절대 권력인 걸프 왕정의 나팔수나 다름없던 아랍 언론환경에서 표현의 자유를 표방한 알 자지라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인을 출연시켜 모국어인 히브리어로 인터뷰하는 장면을 내보내는가 하면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메시지를 방영해 테러 메시지 전달 도구를 자처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 아랍권은 물론 미국 등 서방에 알 자지라는 눈엣가시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미군은 알 자지라의 바그다드 지국을 폭격했다. 오폭이라고 했지만, 카타르 정부가 사전에 지국의 지도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도성이 짙다. 미군에 대항하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활동을 생생히 보도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알제리 정부는 반정부 인사를 출연시킨 데 대한 반발로 수도 알제 등 주요 도시의 전력을 끊어 버리기까지 했다. 프로그램 송출을 막기 위해서다. 왕실이나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허가를 취소하거나 지국을 폐쇄한 경우도 한두 나라가 아니다.

▦ 최근 카타르 사태의 중심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교 단절 후 가장 먼저 리야드의 알 자지라 지국을 폐쇄했다. 카타르와 단교한 진짜 이유가 알 자지라를 손보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알 자지라 측은 “사고와 의견의 다양성은 두려움이 아닌 소중히 다뤄져야 할 대상”이라며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계속 들리도록 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아랍사회를 변화시키는 알 자지라의 도전이 꺾이지 않길 바란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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