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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법 고민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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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법 고민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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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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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스님 '검색의 시대…' 출간

법인 스님은 "인류 역사는 학벌과 지식의 총량이 부족해서 갈등과 불화가 발생해 온 것이 아니다"라며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기 때문에 불행한 역사가 반복돼 온 것"이라고 말했다. 불광출판사 제공
법인 스님은 "인류 역사는 학벌과 지식의 총량이 부족해서 갈등과 불화가 발생해 온 것이 아니다"라며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기 때문에 불행한 역사가 반복돼 온 것"이라고 말했다. 불광출판사 제공

말이 차고 넘친다. 저마다 진리와 정의를 표방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새 미디어가 등장하고 발달할수록 옳고 그름을 식별하는 일은 고된 노동이 된다. 그나마도 분별 여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가짜’들로부터 헤어나올 방도가 없다. 늘 헤매다 보니 숨가쁘고 우울하다. 말만 넘치고 사유가 부족한 탓이다.

신간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불광출판사)은 숱한 정보와 구호의 미로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올바른 사유 사색 성찰의 지침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 법인 스님(일지암 암주)은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낸 불교계의 대표적 다독가(多讀家)다.

2000년 전남 해남 대흥사 수련원장으로 국내 템플스테이의 전신인 ‘새벽숲길’ 프로그램을 처음 내놨다. 전국 1만2,000여명 스님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장 재임 시기에는 ‘100년 만의 변화’라는 승가교육개혁을 이끌고 ‘청년출가학교’를 만들었다. 2013년부터 전남 해남 두륜산 일지암에서 해군 3함대 사령부 관심사병을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수행 프로그램으로 청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직접 책을 쓴 것은 처음이다.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난 법인 스님은 “요즘을 다양성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획일적 사회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 시스템과 전통 속에 강요된 생각을 답습하거나 온갖 매체의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여 협소한 사고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듣고, 생각하고, 닦는 문사수(聞思修)의 수행 단계가 출가자 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며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생각하는 대로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자들에게 ‘나의 말도 의심하라’고 말했다는 붓다의 일화를 소개하며, 유대인을 학살한 아돌프 아이히만, 여성 차별을 당연시하는 아랍권의 전통 등이 바로 사유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법인 스님은 “사는 대로 생각하기 때문에 악을 인식하지 못하고 결국‘사유하지 않은 죄’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며 “낯설게 생각하고 세뇌 당한 관습적 태도를 내던져 세상을 크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깨달음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법인 스님은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시스템에서 비롯된 고통이 적지 않은데 청년들과 말해보면 내 탓과 남 탓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 탓을 할 때는 정확히 내 탓을, 남 탓은 정확히 남 탓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가 책을 통해 청년들에게 사회 구조에 대한 고민을 아끼지 말 것을 당부하는 이유다.

이런 그이기에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일하게 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럽다. 법인 스님은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생애에서 드러나는 가치가 시민사회의 감시 참여 비판 연대라는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간 관념적으로 수행을 해온 것 아닌가 반성하며 사회에서 밥값을 하는 수행을 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대승경전을 표현을 빌어 “불설(佛說)이 선설(善說)이 아니라 선설이 불설”이라고도 했다. 세상의 보편적 이치에 맞는 말씀은 모두 부처님 말씀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혼돈의 시대, 올바른 사유를 위한 스님의 조언은 무엇일까. “정직한 판단을 흐리는 헛된 욕망을 내려 놓아야 한다. 연민과 자애의 눈으로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보라. 그 다음은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의 말과 삶에 편견 없이 귀 기울이는 성찰을 해야 한다. 이미 그대들도 알고 있다. ‘묻지 않으면 진리가 내게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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