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연기금, 코스닥 투자 늘린다지만… 국민연금, 국내 주식 보유량 이미 차고 넘쳐

알림

연기금, 코스닥 투자 늘린다지만… 국민연금, 국내 주식 보유량 이미 차고 넘쳐

입력
2017.12.31 17:00
21면
0 0

정부가 새해에는 주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연금 전체 자산 중 국내주식 비중이 이미 자산운용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기존 대형 우량주 중심의 코스피 주식을 판 뒤 코스닥 주식을 사야 한다는 이야긴데, 국민노후자금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어 논란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2018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 활성화 및 개선 방안을 내 놨다. 정부는 지난 11월 초에도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에서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런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코스닥지수는 12월 3.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제이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철학)의 한 축인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사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는 그 동안 코스피에 편중돼 있었다. 지난 22일 기준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는 2조6,000억원 안팎에 그쳤다. 국민연금 전체 운용 자산(617조1,000억원)의 0.4%,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국내주식(130조원)의 2%에 불과하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금ㆍ펀드실장은 “국민연금 입장에선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해야 수익의 안정성을 높이고 시장 충격도 줄일 수 있어 코스피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방침에도 국민연금이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이미 한도를 넘었다. 국민연금의 2017년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9.2%다. 지난 5월 의결된 중기(2018~2022년) 자산배분안에 따르면 2018년 말 국내주식 목표비중도 18.7%다. 그러나 코스피 활황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이미 21.1%를 기록, 목표를 초과한 상태다. 코스닥 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먼저 갖고 있는 코스피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국내주식 비중의 오차허용 범위(±5%포인트)를 두고 있긴 하지만 이는 갑작스런 시장 변동 등을 감안한 예외 조항이다.

더구나 국민연금이 중장기적으로 해외투자를 늘려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국내주식을 더 확보할 여력도 크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원칙에 반하지 않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운용독립성 등 5가지 기금운용 원칙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같은 코스피 우량주 비중을 줄이고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는 게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는 일단 기금의 수익률 평가 기준(벤치마크 지수)을 코스피 지수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혼합된 지수로 바꾸도록 권고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연기금 위탁운용 유형에 ‘코스닥 투자형’도 신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 7월 중도 사퇴한 뒤 5개월째 공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금 운용 방향을 변경하는 것은 정부의 압력으로 비춰질 수 있고 운용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벤처육성 방향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요한 국민노후자금을 여기에 이용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도 “정부가 계속해서 국민연금의 운영이나 투자에 관여하는 건 운용의 독립성 원칙에 현저히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