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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래알' 한국당에 배신감 토로한 이회창의 '보수 혁신'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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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래알' 한국당에 배신감 토로한 이회창의 '보수 혁신' 고언

입력
2017.08.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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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보수정당의 적통을 자임하는 자유한국당의 지리멸렬한 정체성과 역할을 신랄히 비판하며 보수의 혁신을 촉구해 주목된다. 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총재 등을 지내며 세 차례나 대선에 출마한 그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보수진영의 원로다. 그런 만큼 이 전 총재가 금명 출간될 자서전에서 홍준표 대표 체제의 한국당에 일침을 가한 것은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특히 '혁신 대장정' 약속을 정체불명의 혁신위에 맡겨 둔 채 뒷방에서 막말과 페이스북 놀이를 즐겨 온 홍 대표는 배신감까지 토로한 이 전 총재 지적의 행간을 잘 살펴봄 직하다.

이 전 총재는 미리 배포된 자서전 보도자료에서 우선 "탄핵 사태의 주된 책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고 그 다음은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이라며 "(탄핵 및 보수 파탄) 사태가 보수주의의 책임인 것처럼 야당이나 시민세력이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진단했다.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대상은 보수주의의 가치를 배반한 정치인들일 뿐, 보수주의는 아니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의 권위적인 당 관리에 순응하면서 제대로 직언하지 못해 최순실 일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국정을 농단하는 기막힌 일을 가능케 했다" 며 “친박ㆍ반박으로 갈라져 싸우며 분당 사태에 이른 것에 침통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고도 했다.

인상적인 것은 이 전 총재가 강조한 보수의 태도와 가치다. 그는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 개혁의 길을 가는 것이 진정한 보수"라며 "과거 좌파가 선호해 온 정책이라도 그것이 정의에 반하지 않고 국민의 이익에 필요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도입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 양극화는 단순히 구휼이나 복지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적 가치인 정의의 문제, 공동체 존립의 문제로 보고 보수가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도 여기서 비롯된다.

이 전 총재의 고언은 19세기 중반 영국 보수당을 이끌며 200년 역사의 대중정당 터전을 닦은 벤저민 디즈레일리를 연상시킨다. 당의 결속과 결집,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 국가경영 경쟁력과 대안 수권정당 이미지 등은 보수당의 자산이다. 하지만 보수 적자 운운하는 한국당은 이 전 총재가 통탄했듯이 거꾸로 가고있다. 변화에 무딘데다 행동은 굼뜨고, 구성원들은 모래알처럼 각자도생에 급급할 뿐이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홍 대표는 국민의 마음이 문재인 정부를 떠날 때까지 기다리자며 손 놓고 있다. 이 전 총재의 통탄이 얼음물처럼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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