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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검사 받다 숨진 아들 “엄마는 숨 쉬는 것조차 미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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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검사 받다 숨진 아들 “엄마는 숨 쉬는 것조차 미칠 지경”

입력
2018.04.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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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때부터 독한 항암제를 먹고, 어른도 힘들어 하는 골수검사를 받으면서 3년간 잘 버텨왔던 김재윤군. 곧 완치 판정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재윤이는 지난해 11월 골수검사를 받다가 숨졌다. 어머니 허모씨는 “사고가 없었다면 지금 친구들과 깔깔 대며 놀고 있을 텐데.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 숨 쉬는 것조차 미칠 지경”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012년 2월생인 재윤이는 여섯번째 생일을 맞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났다.

재윤이가 세 살 때(왼쪽)와 다섯 살 때(오른쪽) 각각 병실에서 찍은 사진. 세 살 때는 집중치료를 받느라 머리가 다 빠진 모습이다. 어머니 허모씨는 “항암치료를 받을 때 재윤이는 속이 메스껍고 입안이 헐어 밥을 먹지 못했다. 그나마 좋아하던 삶은 계란을 먹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사고 한 달 전, 상당히 건강한 모습이다. 간판 글씨를 보고 “저건 뭐라고 읽지?”라고 물으며 한글을 익히던 재윤이. 허씨는 “언제 병원에 갈지 몰라 학습지 구독도 할 수 없어서 한글 교재를 사와 병실에서 한글을 가르쳤다”며 흐느꼈다. 어머니 허씨 제공
재윤이가 세 살 때(왼쪽)와 다섯 살 때(오른쪽) 각각 병실에서 찍은 사진. 세 살 때는 집중치료를 받느라 머리가 다 빠진 모습이다. 어머니 허모씨는 “항암치료를 받을 때 재윤이는 속이 메스껍고 입안이 헐어 밥을 먹지 못했다. 그나마 좋아하던 삶은 계란을 먹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사고 한 달 전, 상당히 건강한 모습이다. 간판 글씨를 보고 “저건 뭐라고 읽지?”라고 물으며 한글을 익히던 재윤이. 허씨는 “언제 병원에 갈지 몰라 학습지 구독도 할 수 없어서 한글 교재를 사와 병실에서 한글을 가르쳤다”며 흐느꼈다. 어머니 허씨 제공

재윤이는 두 살이던 2014년 11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완치율이 90%에 이르는 타입이었고, 3년간 항암치료를 받느라 고생은 했지만 약물 반응이 좋아 올해 봄쯤엔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부모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29일 재윤이는 열이 나 오전 8시 평소 치료를 받던 지방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담당 주치의는 최근 두 달간 열 때문에 항암제를 꾸준히 복용하지 못해 재발이 의심된다며 골수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체온은 38.5도, 낮 12시쯤 나온 바이러스 검사결과 코감기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낮 12시20분 소아혈액종양학과 1년차 전공의가 허씨에게 재윤이를 데리고 정맥주사실로 오라고 했다. 허씨는 “평소 산소호흡기와 응급세트가 있는 간호사실에서 검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전공의는 “다른 환자가 있어서 안 된다. 교수님이 오늘 검사결과를 보시려면 지금 해야 한다”며 골수검사를 시작했다.

30분쯤 지났을까, 간호사가 허씨를 급하게 찾았다. 재윤이가 숨을 쉬지 않아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다는 말에 허씨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재윤이는 잠시 후 산소호흡기와 응급의료장비가 있는 간호사실로 옮겨졌다. 오후 6시30분쯤 골수검사 결과가 나왔다. 암세포가 없는 깨끗한 상태였다. 재윤이는 오후 7시 중환자실에 들어갔고, 6시간 만에 심장이 멎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주치의는 직접 사인이 흡인성 폐렴이라고 설명했다. 심폐소생술 도중 위액과 혈액이 기관지를 타고 폐로 들어가 폐렴이 발생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허씨는 검사를 강행한 것이 잘못 아니냐고 반박했지만 주치의는 “억울하면 절차를 밟아서 피해(보상) 청구를 하라”며 사라졌다.

허씨는 재윤이가 숨을 거둔 데는 응급의료장비가 없는 곳에서 골수검사를 한 것 외에도 두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고열이 있고 감기 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도 골반 뼈를 뚫고 골수를 채취하는 검사를 강행하기 위해 마취를 한 것이다. 대한소아마취학회가 펴낸 ‘소아 진정 가이드라인’은 ‘현재 열을 동반한 호흡기계 증상이 있는 상태라면 진정 중 발생할 수 있는 호흡기계 합병증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칙적으로 4주 이상의 연기가 권고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는 마취를 위해 약물을 과다 투여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재윤이의 의무기록을 보면 낮 12시20분 최면진정제인 미다졸람 2㎎, 2분 뒤 수면유도 및 진통제 케타민 10㎎, 3분 뒤 미다졸람 2㎎을 다시 정맥주사로 투여했다. 미다졸람의 주요 부작용은 호흡 억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보면 미다졸람 투여량이 과다하다”면서 “그렇게라도 골수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호흡을 보조할 수 있는 응급장비가 있는 곳에서 해야 하고 환자 상태도 잘 살폈어야 했다”고 소견을 밝혔다. 허씨는 “추가로 미다졸람을 투여한 직후 호흡을 하지 못했을 텐데 재윤이를 엎어놓은 채 골수검사를 끝까지 다 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병원 측이 약물 과다 투여가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해 의무기록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의무기록을 복사했는데 미다졸람 2㎎ 주사 한 대만 맞은 것으로 기록돼 있어서 병원에 항의했더니 그제서야 제대로 수정이 됐다”는 것이다. 의료진과 병원 측이 보인 문제점을 밝히기 위해 허씨는 민ㆍ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재윤이 일이 덮어지면 또 다른 재윤이가 나온다. 문제를 밝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치료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재윤이가 골수검사를 받던 날 의무기록 복사본 사진. (위쪽 빨간색 박스부터)오후 12시20분 미다졸람 2mg, 2분 뒤 케타민 10mg, 3분 뒤 미다졸람 2mg이 정맥주사로 투여됐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사고 이후에는 미다졸람 2mg만 기록돼 있었으나 재윤이 엄마가 항의하자 제대로 수정이 됐다. 재윤이 엄마 제공
재윤이가 골수검사를 받던 날 의무기록 복사본 사진. (위쪽 빨간색 박스부터)오후 12시20분 미다졸람 2mg, 2분 뒤 케타민 10mg, 3분 뒤 미다졸람 2mg이 정맥주사로 투여됐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사고 이후에는 미다졸람 2mg만 기록돼 있었으나 재윤이 엄마가 항의하자 제대로 수정이 됐다. 재윤이 엄마 제공

해당 대학병원 관계자는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입장을 말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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