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前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
“2030년 가솔린車 안 팔릴 것
한국 전력 생산 70% 늘려야”
미국 도시계획 분야 권위자로,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행정수도 이전계획부터 2018년 평창올림픽 교통계획까지 30년 이상 한국 정부에 정책 자문을 해 온 김창호(74) 전 일리노이 주립대 석좌교수. 김 교수는 7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금부터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 6월 자택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긴급 전화가 걸려 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계획’을 자문한 인연으로 현지 고위층과 친분을 쌓은 김 전 교수는 “사우디 관계자가 미국 민간 싱크탱크 ‘리싱크X’가 최근 배포한 ‘2020~2030년 교통문제 보고서(https://www.rethinkx.com/executive-summary)’를 언급한 뒤, 관련 내용이 사우디에 미칠 파장에 대한 분석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2020년부터 자율주행차 값이 3만달러로 떨어져 대량 보급이 시작되고 ▦2030년에는 전기차에 밀려 가솔린 차량이 전혀 팔리지 않으며 ▦수요 감소로 원유가가 배럴당 25달러로 폭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전 교수는 “사우디 측에 분석 결과를 보낸 주는 것과 동시에 보고서가 예측한 미래가 도래하면 한국이 처하게 될 상황이 걱정됐다”고 말했다. 보고서 내용대로 향후 10년 이내 자율주행차ㆍ전기차 혁명이 실현되면 한국의 전력소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전 교수는 보고서 내용에 스스로 파악한 한국 자료를 덧붙여 10년 뒤 한국의 전력 생산능력이 현재보다 68%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에 따르면 2016년말 현재 2,200만대인 국내 가솔린 차량은 10년 뒤에는 모두 전기차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값도 싸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 전기차로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동차 배터리 충전을 위한 1일 추가 전력은 1,400 GWh에 달하게 된다. 현재 최대 전력 생산량(예비율 10%ㆍ최대 24시간 가동)이 2,052GWh인 걸 감안하면, 지금보다 발전 능력이 70%나 늘어야 한다는 얘기다. 원자력 발전소 기준으로는 현재의 2.5배, 석탄은 1.5배, LNG발전소는 1.8배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김 전 교수는 ‘대책이 뭐냐’는 질문에는 신중해졌다. 새 정부 출범 후 벌어지고 있는 ‘탈원전’ 논쟁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1970년대), 국가수치지도(GIS) 개발위원회 공동위원장(1995~2005년) 등 역대 정권의 국책 사업을 자문하며 행정부 고위직과 정치권의 영입 제의를 받았으나 한사코 거절했었다”고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도미, 1976년 프린스턴대에서 도시계획 박사를 받은 그는, 1985~2011년 일리노이주립대(토목학과) 강단에 섰다가 2012년 은퇴했다. 김 교수는 “오해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누군가는 국가의 앞날과 국민 복지를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분석 결과를 알리게 됐다”며 “그래도 (대안이 뭐냐고) 묻는다면 어떤 것도 100% 안전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새 정부가 원전 정책을 심각하게 재검토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페어팩스(미 버지니아주)=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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