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절대 불가’에서 ‘조건부 가능’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전국 각지에서 물밀듯이 야권 단일화 움직임이 벌어지자 중앙당과 사전 협의가 이뤄지면 개별 후보간 단일화를 검토해 보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국민의당의 입장 변화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막판 야권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잠복해 있던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 문제는 29일 강원 춘천과 경남 창원성산에서 단일 후보가 결정되면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춘천의 이용범 국민의당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허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단일화에 합의했고, 경남 창원성산의 노회찬 정의당 후보도 허성무 더민주 후보와 경선에서 이겨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이들의 단일화는 국민의당의 중단 지시로 논의가 멈췄던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이날 서울 강서병(한정애ㆍ김성호), 대전 대덕(박영순ㆍ김창수), 대전 동구(강래구ㆍ선병렬)에서 단일화 협상이 재개됐다. 국민의당에서는 정호준(서울 중ㆍ성동을) 의원에 이어 부좌현(경기 안산단원을) 의원이 더민주 측에, 더민주에서는 서울 관악을의 정태호 후보 등이 국민의당 측에 후보단일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 더민주의 이인영(서울 구로갑) 진선미(강동갑) 의원과 국민의당의 최인규(경기 평택갑), 송노섭(충남 당진) 후보도 후보 단일화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고 더민주의 후보를 지지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경기 안양 동안을의 박광진 국민의당 후보는 이정국 더민주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고, 부산 사하갑의 최민호 국민의당 후보는 등록을 하지 않아 더민주 최인호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국민의당도 “중앙당과 상의 후 진행되는 야권 단일화는 검토해 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야권 연대 없이 정면 돌파하겠다”고 발언한 지 6시간 만에 입장을 수정한 셈이다.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안 공동대표의 발언은 당대 당 차원의 단일화는 앞으로 없다는 것이고, 그의 메시지는 유효하다”면서 “다만 후보 단일화를 무조건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중앙당과 협의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중앙당의 전략적 검토를 전제로 야권 후보 단일화의 물꼬가 트여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단일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앙당 차원에선 지도부의 기존 입장을 강조하다 보니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선거현장에 나가 있는 후보들의 (단일화)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면 여당 후보에 승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은 최소 8곳이며, 여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5% 이내로 좁혀지는 곳도 최소 5곳에 달한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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