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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누리당 국회 파업의 경우

입력
2016.10.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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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민주주의 의미를 ‘다수 인민의 힘이 지배적이 되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찾았다. 여소야대 국회의 결정은 ‘다수 인민’의 결정이다. 이를 ‘거야’의 횡포로 보고, 야당의 기를 꺾어야 국정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인민의 ‘일반의지’에 대한 심각한 난독(難讀)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단식이 종료되고 국회도 외형상 정상화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의사 진행을 문제 삼아 벌인 집권당 대표의 단식과 국정감사 거부의 의도는 무엇일까. 첫째, 제기된 각종 의혹 물타기를 통한 박근혜 대통령 안위와 정권의 보위를 위해서인가. 둘째, 정 의장이 반의회주의의 폭거를 감행했다고 믿는 정치적 소신인가. 셋째, 여소야대 국회에서 주도권 확보용인가. 넷째, 보수층 결집인가. 다섯째, 국회의장의 기를 꺾어 예산국회에서 우위를 점하려 함인가. 여섯째, 이러한 이유를 포괄한 다목적용인가. 그들이 내세운 명분과 논리는 보편타당성이 있다고 진정 믿고 있는 것인가. 이번 국회 사태를 보면서 드는 의문들이다.

2010년 아랍에미리트 파병, 2006년 사학법 통과,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장의 의사 진행을 직접 협의가 없어도 국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례와 함께 종국적으로 결정권은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에 대해 직권남용과 허위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을 하는 등 정상적 정무적 판단이라고 할 수 없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절차적 민주주의 정치영역에 사법영역을 끌어들임으로써 스스로 정치를 왜소화하고 희화화하는 우를 범했다. 정치 수준을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반의회주의적 구태며, 정치적 퇴행이다.

국감 파행으로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사안,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 수리 등 청와대와 관련된 의혹들은 정세균 의장과 새누리당의 대립이라는 국면으로 치환됐다. ‘프레임 정치’의 진수다. ‘비선 실세’ 의혹 규명도 동력을 잃었다. 확실한 블랙홀 조성으로 관심을 외부로 돌리고, 비선실세와 관련한 ‘합리적 의심’을 둔화시켰다. 역시 프레임 정치는 새누리당이 야당을 압도한다.

프레임 전환은 여야 양비론으로 진화하고, 양비론은 정치의 상실로, 정치의 상실은 혁신과 변혁의 추동력을 무산시킨다. 정치 부재는 필연적으로 소통 없는 독주와 상층 계층의 기득 이익의 방어로 귀결된다. 상층부에 위치하는 기득권이 체제 내에서 지속적으로 강화된다면 민주주의 기반은 약화되고 역동성은 사라질 것이다. 다중의 참여를 통하여 사회경제적 요구가 제도권 내로 투입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치 사회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명분과 실리의 양 대척에서 합리적 접점을 찾는 작업이다. 대의와 현실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며, 정의와 부조리의 간극을 메꿔 가는 최소한의 이상 추구가 정치의 본령이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친박 강경파는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 대의도 정의도 존재하지 않았다. 명분은 허울뿐인 핑계다. 민생 우선의 구호는 국정감사 거부에서 허위임이 드러났다.

‘반구제기(反求諸己)’라고 했다. ‘맹자’에 나오는 말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는다’는 말이다. 현안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합리적 의혹 제기를 ‘정권 흔들기’로 규정하는 정권의 뒤틀린 피해의식과 교만에 대해 성찰적 인식을 가지고 되돌아봐야 한다.

그러나 국민적 의혹과 정치적 현안에 대처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주류에게 정치와 국민, 리더십은 안중에도 없다. 집권여당의 친박 강경세력은 청와대의 호위무사로, 집단지성이 마비된 듯한 친박 주류가 지배하는 새누리당은 권위주의 시대의 단일대오를 신봉하는 획일적 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다시 민주주의의 위기다.

최창렬 용인대 중앙도서관장ㆍ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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