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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법 목적 차명계좌 규제, 늦었지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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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법 목적 차명계좌 규제, 늦었지만 당연하다

입력
2018.03.05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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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도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금융실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과징금 부과 대상을 실명제 이전 개설된 차명계좌로만 한정한 현행 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인데, “법 도입 이후에도 일부 고액 자산가들이 차명계좌를 활용해 탈법 행위를 하고 있다”는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계기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이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금융실명제 실시 전후부터 지금까지 약 1,400여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법제처는 최근 유권해석을 통해 그중 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27개 차명계좌에 대해 당시 계좌 자산잔액의 50% 액수 만큼이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해당 차명계좌가 개설됐던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대한 검사를 거쳐 27개 차명계좌에 총 61억8,000만원의 자산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따라서 이들 계좌에 대해서는 추후 금융실명법 위반 과징금 약 30억9,00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문제는 실명제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들에 대한 처분이다. 이 회장의 경우 적어도 1,200개 이상의 차명계좌가 해당되는데, 수조 원 규모에 이른다. 금감원은 이 회장 외에도 고액자산가들 사이에 탈법 목적의 차명계좌 운영이 확산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 경우 자산의 실권리자(출연자)가 아닌 타인 명의 계좌가 개설된 만큼 탈세, 불법재산 은닉, 강제집행 회피 등 탈법 행위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하는 등 실명법 개정을 통해 해당 차명계좌를 적극 규제하자는 공론이 확산된 배경이다.

금융위는 금융실명제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도 탈법 목적의 차명 금융거래에 이용된 사실이 밝혀지면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주로 금융당국의 조사나 검사, 검ㆍ경의 수사 등으로 탈법성이 드러난 경우가 해당된다. 93년 실명제 시행 당시 자산가액의 50%로 돼 있는 과징금 산정기준이나 비율도 실효성을 더 높이도록 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과세당국이 자금 실권리자에게 직접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수사 등으로 확인된 탈법 목적의 차명 금융자산에 대해선 지급정지 조치 방안도 반영된다고 한다. 법 개정을 통해 고액자산가들의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에 대한 추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할지는 국회 입법 과정의 세부 조율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명백히 탈법 행위가 드러난 만큼 금융실명법 개정은 서둘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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