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식 관련 왜곡 더 노골화
6일 일본 정부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개정교과서들은 일제히 ‘독도는 일본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점거 중’이라는 표현을 담았다. 역사수정주의를 표방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색깔이 교육현장에 뚜렷이 반영된 것이다. 역사와 영토에 대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학생들이 이런 주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한국은 ‘범법국가’라는 인식을 굳히게 될 우려가 커졌다. 일본의 미래세대가 자국영토를 찾겠다는 명목으로 한일간 극단적 충돌을 마다하지 않을 개연성도 있다.
2011년 검정을 통과해 현재 사용 중인 일본 중학교 지리, 공민(사회) 역사 교과서는 18종 가운데 11종(지도에만 표기한 것까지 포함하면 14종)이 독도에 관한 기술을 담았다. 독도가 일본영토란 주장을 전제로 기술했으나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을 담은 교과서는 4종뿐이었다. 그러나 검정결과 18종 가운데 13종으로 대폭 늘었다.
무엇보다 역사교과서에까지 독도 영유권 주장이 처음으로 실렸다. 8종 모두 ▦1905년 시마네(島根)현 고시로 독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고 설명하고, ▦에도(江戶)시대 초기 일본인이 독도 인근에서 조업했으나, ▦한국이 1952년 이승만 라인을 설정했다는 등 영유권 주장을 위한 역사적 경위를 구체적으로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 때 한국이 독도를 (한국영토로) 추가할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독도가 ‘일본제국주의 침략의 희생물’이란 차원에서 다루는 우리정부와 달리 일본은 국제관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영토분쟁으로 치부하는 실정이다. ‘교육출판’교과서는 ‘한국과 영유를 둘러싼 주장에 차이가 있어 미해결’이란 표현에서 ‘1952년 이래 한국이 일방적으로 자국의 영토라 주장, 불법점거하고 있다’로 수위를 강화했다.
역사인식과 관련 상당수 분야에서도 왜곡이 노골화했다. 일제의 한반도 토지조사사업이 ‘근대화를 명목으로’한 것이었다는 기존표현이 ‘근대화를 목적으로’로 변경됐다. 문부과학성은 명목이라는 표현이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처럼 읽힌다고 설명했지만 ‘미화’(美化)란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간토(關東)대지진 때 발생한 조선인 학살의 희생자가 ‘수천명’이란 기존언급은 ‘통설이 없다’는 것으로 대체됐다. 230명이었다는 당시 일본사법성 발표가 병기됐다.
마나비샤의 역사교과서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 “1990년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전쟁 중 여성에 대한 폭력 등에 조사가 이뤄졌고 1993년에 고노담화가 발표됐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교과서도 ‘군의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아베 정권의 견해를 담는 전제로 검정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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