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8일 동해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5월 SLBM 사출시험에 성공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한 데 이은 6개월 만의 발사 시험이다. 우리 정보당국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번에도 현장을 참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이 그만큼 SLBM 개발에 집착한다는 얘기다. 수면 위로 날아간 미사일 궤적이 포착되지 않아 발사 2단계인 미사일 점화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발사시험 자체만으로도 파장이 만만치 않다.
SLBM은 은밀한 기습공격이 가능한 위협적 전략무기다. 그런 전략무기 개발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장 11일로 예정된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물론 북한의 SLBM발사시험은 군사적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6일 확정된 남북 당국회담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됐을 것이라는 얘기지만, 전혀 무관하다고도 할 수 없다. 핵탄두 장착도 가능한 SLBM 발사시험이 계속되는 분위기에서는 남북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전략무기 개발 일정과는 별개로 남북대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극적인 8ㆍ25남북합의의 결과물인 남북 당국회담은 그간 지속돼왔던 남북관계 교착상태를 풀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개최장소가 당초 합의한 서울과 평양이 아닌 개성공단으로 바뀌고 격도 차관급에 머물렀다. 대화 분위기가 아직은 취약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국회담의 격(格)을 높이고 정례화해 민감한 남북현안을 풀어가는 무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남북이 함께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SLBM 발사시험과 같은 긴장조성 행위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유감이다. 한사코 핵 경제병진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북측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30일 우리군의 서부지역 야전정비지원센터 개소와 4일까지 5일간 연천 철원 등지에서 진행되는 야외전술훈련을 거론하며 “대화 분위기에 과연 어울리는가”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SLBM 발사시험 등을 계속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물론 우리정부도 북측에 쓸데없는 빌미를 줄 여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체제인정과 공동번영의 의지에 대해서만은 북측에 분명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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