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산업 구조개편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4이 발표한 ‘10대 수출품목 의존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보고서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각국 10대 수출품목이 해당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세계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변화 추이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4년 우리나라 10대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75.7%에 달해 미국(55.4%) 중국(67.8%) 일본(69.8%) 등에 비해 ‘수출 편식증’이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수출이 10대 품목에 쏠렸더라도 해당 품목이 글로벌시장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비교 기간 중 미국 10대 품목이 세계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9%에서 49.7%로, 일본은 37.9%에서 37% 등으로 소폭 하락한 반면, 우리 10대 품목 교역량은 48.3%에서 45.6%로 감소폭(2.7% 포인트)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컸다. 보고서의 결론은 우리 수출이 글로벌시장에서 점점 중요도가 떨어지는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산업 구조개편의 절박성은 이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실감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3월 수출 역시 부진해 15개월 속 감소가 확실시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최장기 수출 부진이 글로벌 수요 위축이나 저유가 여파 같은 요인 외에, 수출산업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에서 압도적 지위를 점해온 중간재 비중 추이만 봐도 그렇다. 전체 중국 수출에서 소재ㆍ부품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만 해도 85%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71.8%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자체 생산 강화 및 수입 다변화 정책이 우리 중간재 수출산업을 구조적 한계상황으로 몰고 있는 셈이다.
물론 우리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23일 “8월 ‘원샷법’이 시행되면 1차로 철강업종부터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과잉공급 중후장대 수출산업에 대한 본격적 구조조정의 예고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기업 부실 등을 막기 위한 교통정리이지 새 수출산업 육성은 아니다. 그 동안 전문가들은 소비재 수출 확대, 신시장 개척, 서비스 수출 활성화 등을 요구해왔다. 산업부도 이달 중 수출 주력 업종을 화장품, 식료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로 전환하는 등 수출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급락하는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할 만큼 내실 있는 청사진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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