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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에 업종 빼앗길라…" 소상공인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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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에 업종 빼앗길라…" 소상공인도 불만

입력
2018.05.27 14: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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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회 본회의서 통과 확실시

대기업 “투자 막아 시장 규모 줄여”

중견기업 “중기가 독식해 역차별”

소상공인 “신청 권한 축소해야”

중소기업 육성 효과도 의문

“중기ㆍ생계형 투트랙 필요” 여론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됐던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은 2015년 4년 만에 적합 업종에서 해제됐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고자 LED 조명을 적합업종에 묶어놨는데 기대와 달리 중국을 비롯한 외국산 저가 제품과 일부 규모가 큰 ‘중(中)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이 적었기 때문이다. LED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은 2010년 경기 파주시에 1조원을 투자해 LED 공장을 지었지만, LED가 적합업종에 선정되면서 수년간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며 “외국산이 시장을 장악한 뒤에야 LED 조명이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는 것을 보고 업계가 허탈해했다”고 말했다.

27일 중소기업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육성 효과도 미미한 데다 시장왜곡 등 부작용이 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중소기업 적업업종 규제 완화를 권고했는데도, 지금보다 규제가 더 강화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조만간 시행된다. 이 법은 지난 21일 국회 법안 소위를 통과하고 28일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를 통해 권고하는 형식으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아왔지만, 생계형 적합업종은 이를 법으로 강제한다. 위반 시 최대 매출액 5%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도 한층 강화됐다.

특별법은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보장과 국민 경제의 균등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법 시행으로 업종 선택에 제한을 받게 된 대기업은 물론 중견ㆍ중소기업과 수혜 대상인 소상공인들도 서로 다른 이유로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들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법 시행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LED 조명의 경우처럼 국내 시장을 외국계 기업이 차지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 특히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이 유력한 김치나 두부, 장류 같은 식품 산업의 경우 대기업 배제가 시장 규모를 줄이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김치, 만두, 두부는 대기업 투자로 음식 한류 붐을 일으키고, 국내 시장에서도 동반 성장했다”며 “소상공인을 보호하자고 대기업을 무조건 배제하다가는 자칫 시장 축소로 모두가 손해 보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시 시장 진출이 제한되는 중견기업계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중견기업들은 중견기업의 경계선에 있는 중소기업에 중견기업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우려한다. 적합업종 제도와 유사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도’도 약자 보호라는 원래 취지와 달리 규모가 큰 중소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 조달 시장 등을 ‘중소기업자 간 경쟁 시장’으로 지정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진출을 막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감사원 분석 결과 2015년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상위 10% 업체가 전체 납품금액의 77.2%, 상위 20% 업체가 90.2%를 독과점하고 있다”며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적합업종 제도도 소상공인 생존권 보장을 위한 필수 품목만 지정되도록 하위법령과 심의 기준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의 가장 큰 수혜자인 소상공인연합회마저도 법 시행을 환영하면서도 자칫 중소기업 단체도 적합업종을 신청할 수 있다는 데 불안감을 내비쳤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 자격요건에 중소기업 단체도 해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중기적합업종 73개 업종 중 소상공인과 관련이 없는 제조업이 54개에 달한다”며 “신청 권한을 소상공인 단체로 축소하지 않으면, 이들 54개 분야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할 수 있어 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는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적합업종 선정’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민간기구 동반성장위원회도 특별법 시행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형식상 소상공인단체 등이 동반위에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을 하게 돼 있지만, 적합업종 결정 권한이 사실상 정부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특정 업종의 대기업 시장 진출을 법으로 금지할 경우 합의로 운영되는 중기적합 업종 선정 작업에 대기업 등이 계속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동반위 관계자는 “중기 적합업종과 생계형 적합업종 투트랙으로 진행돼야 시장 약자 보호와 경제 균형발전을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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