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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호의 매체는대체] 자학사관을 극복하자

입력
2015.11.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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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불만의 소리가 높은 것은, 편향된 사고 때문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다행히도 지금의 나랏님들과 그들을 수호하는 크고 작은 우국지사분들은 이미 예전부터 그것을 아셨기에 무언가를 하고 계신다. 물론 필자의 얄팍한 지식 한계에서는, 그분들이 한창 추진하고 계시는 국정교과서 사업은 황당하며, 언론판 국정교과서 만들기라고 봐도 무방한 일방적 공영방송 인사정책은 매우 후진적으로 보일 따름이다.

그래도 한 가지 대단한 표어가 인상에 깊이 남았는데, 바로 자학사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그렇다. 모든 매체와 교과서들은 우리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도록 하는 인식을 버리고,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우선, 우리 시민들은 정권이 나서서 올바른 무언가를 단일 기준으로 잡아주지 않으면 망할 수 밖에 없는 허약쟁이들이라는 인식이 좀 많이 자학적인 세계관 같다. 다양한 사고를 담론 경쟁 속에서 견주며 좀 시끄러워도 결국 합리적 길을 찾아나서는 평범한 민주제 사회의 경지가,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까지도 불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굉장히 부정적인 인식이다. 국가가 합리적 담론 경쟁을 막는 폭력을 규제하는 선에서 자연스레 발전 동력을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정권이 생각하는 해답을 이유식으로 만들어 강제 주입해야 한다는 인식만한 자학이 또 있을까.

생각해보니 또 있긴 하다. 우리 사회가 내세울 것이 오로지 경제 성장 밖에 없다는 졸부스러운 걱정도 만만치 않은 자학이다. 근거로 검증 받는 다양성보다는, 진영적 이분법 따위에나 기대어 올바름을 자처하는 취약함도 자학이다. 혹은 민주제에 적합한 접근인지를 따지는 소신보다는, 이해관계를 채워줄 권력자의 장단에 맞춰주는 비굴함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걸어온 길은, 의견이 갈리는 것이 민주제의 당연한 과정임을 받아들이며 합리적 조율 기구와 해결 방법을 발전시켜온 것이었다. 물론 아직도 과제는 넘쳐나고 가끔 부끄러운 수준의 퇴보도 있지만, 적어도 경찰이 우익자경단과 한패가 되어 주민들을 빨갱이로 낙인 찍어서 집단 학살하는 수준은 벗어났다. 그리고 그런 역사적 오점들을 직면하고 잘 가르치는 동안만큼은 다시 그 지경으로 추락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졸부의 허세보다 훨씬 좋은 것을 내세울 수도 있다. 바로 경제 성장도 하면서, 그 이상으로 사회로서 크게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제6공화국 헌법이라는 사회적 대합의가 바로 그런 자랑거리다. 반민주적 독재에는 항거하고, 부당한 수탈이 누적되면 노조를 만들고 정당을 만들고 싸웠다. 모두가 그런 싸움을 반긴 것은 아니었음에도, 싸움으로 얻어낸 발전의 성과는 모두에게 적용시킨 공동체 정신도 자랑거리다. 열심히 알리고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자학사관을 이렇게 비판하고 나니, 혼이 정상적이 되는 기운이 느껴진다. 이제 우주가 응답해주리라.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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