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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세대엔 주거 사다리마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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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세대엔 주거 사다리마저 끊겼다

입력
2015.08.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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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치솟고 월세 전환 가속

"마이홈 장만은 신기루일 뿐"

부모 집에서 끝모를 더부살이도

인생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해서 ‘N포세대’로 불리는 20, 30대. 사회생활의 첫 관문인 일자리 마련부터 좌절을 겪기 일쑤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사회에 발을 들였다 한들 팍팍한 현실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잃는 것이다. 월세나 전세에서 시작해 조그만 집을 얻고, 갈아타기로 부를 늘려간 전(前) 세대에 비해 N포세대 앞에 놓인 주거 사다리가 턱없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성장 구조에 임금은 정체 상태인 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과 월세 전환 추세로 주거비용이 커져 맞벌이라 해도 자산 축척의 기회를 갖기가 훨씬 힘들게 됐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최근의 사회 현상도 주거 사다리 문제가 큰 요인이다.

지난해 결혼한 김모(28)씨 부부는 월세로만 125만원을 낸다. 김씨의 꽃가게와 남편의 직장 중간 지점인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신혼 집(26평)을 얻은 탓이다. 전세를 놓는 곳이 없는 터라 보증금(3,000만원)은 적은 대신 월세가 높은 집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월 수입은 600만~700만원. 김씨는 “꽃가게 특성상 수입이 일정치 않아 꽃가게 임대료, 생활비 등 들어가는 비용을 제하고 나면 저축할만한 돈이 거의 없어 시댁에서 월 50만원씩 원조를 받고 있다”며 “여러 궁리를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요즘 맞벌이는 그나마 낫다. 직장인 K(31)씨는 올해 내 결혼 예정이지만 결혼 후에도 친정에서 당분간 살기로 결심했다. K씨는 “예비신랑이 대학원생인데다 월세 부담이 너무 커 친정에 몇 년간 신세를 지며 돈을 모아 독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민달팽이 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은 “상담을 온 20대 여성의 경우 전일제 커피숍 아르바이트로 130만~140만원 벌어 옥탑방 월세로 36만원을 낸다고 하소연했다”며 “벌이의 4분의1이나 3분의1을 주거비로 내는 비정규직 1인 청년가구는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 안정적 주거를 갖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4월 발표한 주거비용 조사에 따르면 임차가구 소비지출의 3분의 1이 주거비용으로 나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큰 집을 갖고 있어 부담이 큰 40대 이상뿐만 아니라 20, 30대 임차인도 소비지출 대비 주거비가 33%에 달한다. 일반적인 소비지출 대비 주거비용(단순 월세에 주택유지 및 연료비 등 일체로 슈바베 계수라 함)은 11~12%수준이지만 액수가 큰 전ㆍ월세 보증금을 월세로 평가할 경우 주거비용이 대폭 늘어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상승시기에는 갈아타기를 통한 불리기, 즉 ‘아파트 사다리’가 가능했지만 주택시장이 저성장 구조로 흐르는 상황에서 젊은 층에게는 불가능한 구조”라며 “‘금리 모르핀’에 취해 대출의존도를 높인 젊은 층은 ‘렌트 푸어’든 ‘하우스 푸어’든 주거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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