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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안희정 생각

입력
2014.08.0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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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매 맞고 있는 안철수 옹호

편협한 486운동권과는 다른 행보

야당 재건의 희망될 수 있을까

같은 안씨라고 봐주는 건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가 7ㆍ30 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감싸고 나선 것은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들 만큼 의외다. 안 지사는 엊그제 ‘당 비상대책위 구성 관련 비상회의’에 참석해 “안 대표의 새정치에 많은 기대를 건 시민들은 안 대표를 비난하거나 버리기보다 더 큰 격려를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대표는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갖던 세력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한 공이 있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는 김한길 전 대표와 함께 재보선 참패 원흉으로 지목돼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486 강경파의 한 사람인 정청래 의원은 “미숙한 초보운전자” “합당이라는 긴박한 상황을 고려해 당을 이 지경으로 망가뜨린 사람”“처벌까지는 주장하지 않겠으나 그 얼룩은 말끔하게 청소하고 지나가야” 등의 거친 말로 안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웬만큼 작심하지 않고서는 안 전 대표를 두둔하기 어렵다.

안 지사의 발언을 놓고 이런저런 해석들이 구구하게 나올 만하다. 하지만 정치적 복선이나 의도를 떠나 안 지사의 발언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새정치연합의 재보선 참패는 김ㆍ안 두 공동대표의 지도부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요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재보선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천 잘못이 제일 컸다. 하지만 공천결정 과정을 들여다 보면 그게 두 공동대표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새정치연합 인사들에 따르면 공천 작업은 객관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486운동권 20년 지기를 갈라놓았다고 해서 파장을 일으켰던 서울 동작을의 경우 광주 광산을을 지원한 기동민으로 돌려 막은 건 그가 수치상 최고는 아니었지만 확장 가능성이 가장 높아서였다고 한다. 다만 오랫동안 지역구를 지킨 허동준 후보 설득이 중요했는데 이게 부족했다. 이건 지도부 책임이다. 허나 사태를 한층 악화시킨 데는 동료 486운동권들도 기여했다.

최대 패착은 권은희 광주 광산을 공천이었다. 새정치연합이 이 덜컥수를 놓자마자 새누리당은 ‘보상공천’이라고 먹여 치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결국 심하게 몰린 권은희 곤마는 호남 한 귀퉁이에서 겨우 두 집 나고 살고 대신 중원을 다 내주게 되었다. 문제는 이 덜컥수를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이다. 권은희 공천이 가져올 파장을 정확히 읽고 적극 반대한 사람이 당내에 없었다. 최고위원회의에 권은희 공천안을 올렸을 때 20명에 가까운 참석자 중 겨우 2~3명만 소극적 반대를 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눈높이, 민심의 흐름에 얼마나 둔감한지가 잘 드러난다.

이게 단순히 김ㆍ안 두 대표만의 문제일까. 당내 486운동권 중심으로 7ㆍ30재보선 공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들이 권은희 공천 파장을 미리 경계한 흔적은 없다. 오히려 선명성에 집착하는 그들로서는 권은희 공천을 반기지 않았을까 싶다. 새정치연합은 총체적으로 민심을 있는 그대로 읽지 못하는 민심난독증을 앓고 있다. 이게 지난 총선 이후 주요선거 때마다 진 사태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내 강경파의 선악 이분법식 편협한 진영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재보선 참패 이후 야당 안팎에서 인적 쇄신 등 온갖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단박에 수권능력을 갖춘 제1야당의 재건을 위한 신의 한 수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안 지사도 지적했지만 과거 DJ와 같은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계파 해체 주장도 수 많은 계파와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정파가 모인 야당의 존재기반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당내 수많은 세력과 정파를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한 리더십, 포용하고 연대하며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는 리더십이 지금 야당엔 필요하다. 제1야당 허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선명성만 고집하는 486운동권들에게는 그런 리더십이 없다. 그러나 같은 486운동권 출신인 안 지사는 달라 보인다. 그가 야당 재건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요즘 부쩍 안희정의 생각이 궁금하다.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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