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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승엽처럼

입력
2017.07.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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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타자 이승엽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23년에 걸친 현역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누구보다 본인 자신의 감회가 남다르겠지만 팬들도 진한 아쉬움 속에 그의 은퇴 시즌 경기를 지켜보며 성원하고 있다. 그가 세운 기록들은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9월 한일통산 600호 홈런, 지난 5월 KBO리그 450호 홈런을 쏘아 올린 이후 마지막 경기까지 홈런 기록을 새롭게 쓸 것이다. KBO 최다타점, 최다득점, 최다루타 기록도 그의 것이다. 남은 50여 경기에서 최다 2루타 기록을 깨고 4,000루타와 1,500타점 기록 달성도 기대되고 있다.

▦ 이승엽이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 때의 모습은 여느 선수와는 다르다. 양팔을 번쩍 치켜세우고 환호하는 세리모니 없이 대개는 고개를 숙인 채 달린다. 홈런을 허용하고 풀이 죽은 상대 투수를 생각하는 것이다. 기자들에게도 어린 후배 선수 기죽지 않게 써달라고 부탁한다고 한다. 국민타자로 존경 받고, 후배선수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선배로 꼽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랜 선수생활에 그 흔한 구설수 한번 오른 적이 없다. 최고의 실력에 결코 자만하지 않고 겸손과 배려의 인성까지 갖췄다.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달이 넘도록 80% 안팎의 고공 지지도를 누리고 있다.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잘 하라는 기대가 반영된 수치일 것이다. 친근하게 소통하는 낮은 자세와 과감한 돌파력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문제는 대통령이 빛날수록 야당들의 위상은 초라해진다는 점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0% 안팎,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한 자릿수 지지도에 머문다. 야당들이 선뜻 협치의 장에 나오지 않고, 인사청문회나 추경을 고리로 거센 공세를 펴는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 국정운영과 야구가 같을 수 없지만 정국을 풀어가는 데 문 대통령이 이승엽을 참고하면 어떨까. 마침 문 대통령은 19일 여야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다. 정상외교 성과를 설명하고 국정운영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과 G20정상회의에서 홈런은 아니더라도 안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를 자랑하기보다는 국민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있는 야당들의 소외감을 어루만지고 존재감을 북돋우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승엽이 홈런을 허용한 후배선수를 배려하듯이.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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