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의 새 선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어제 열린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예상대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 함께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과 향후 2년 동안 한국당을 이끌게 됐다. 보수캠프의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인물이 2개월도 안 돼 당 대표에 선출된 것은 우리 정치사에 전례 없다. 이날 승리가 홍 대표에게는 자신의 이력에 감투 하나를 더한 영광일지 몰라도, 보수적통을 자임하며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는 한국당에는 한계와 기회의 시험대라는 얘기다.
홍 대표는 수락연설과 기자회견에서 "건국과 산업화를 이루고 문민정부를 수립한 당이 몰락한 것은 우리들의 자만심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자유한국당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보수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또 "단칼에 환부를 도려내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외부인사 위주의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조직ㆍ정책ㆍ인적에 이르는 3대 혁신을 추진하고 당 윤리위도 외부인사로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정치적 이익만 쫓아 몰려다니는 권력 해바라기, 가치와 이념도 없는 무능 부패정당은 희망이 없다"는 말로 친박 책임론과 인적 청산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선레이스와 대표경선 과정에서 특유의 독설과 막말로 '노이즈 마케팅'을 일삼던 홍 대표가 취임일성으로 여권 공격보다 내부 혁신과 청산을 약속하며 '책임감'을 강조한 것은 의외다. 주사파 정권 운운하며 야당성을 강조한 그의 공약과 좌충우돌식 리더십에 대한 안팎의 의심이 크다는 점, 또 공당의 대표가 선거법위반 및 명예훼손 사건의 피의자 꼬리를 떼지 못했다는 비판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홍 대표의 당면 과제는 서너 가지로 압축된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패배로 괴멸상태에 이른 당을 추스르고 통합해 107석의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의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첫째다. 둘째는 촛불혁명을 초래한 낡은 보수와 결별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보수의 새 가치와 비전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강한 여야관계를 정립하고 수권정당의 역량을 키우는 게 셋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갈된 인적 물적 자원의 쇄신, 이른바 '물갈이'다. 제1 야당의 전당대회가 냉소와 무관심 속에 치러지고 당 지지율이 10% 안팎에 머문 것은 이런 과제의 시급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홍 대표의 취임으로 여야 대치정국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는 "국민은 정치의 궁극적 목적"이라며 "정책도 법률도 예산도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의 권익과 국가의 미래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검사 정치인 도지사 등을 거치며 쌓아 온 정치감각과 결단력으로 늦게나마 얽힌 정국을 풀 지혜를 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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