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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대통령이 되는 길

입력
2017.05.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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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촛불혁명으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이 가져온 ‘장미 대선’이다. 그러나 새 대통령이 당장 직면하게 될 국내 상황은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이 무척 엄중하고 정치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회적 대가와 비용을 치르고 맞는 새 대통령인 만큼 이런저런 기대가 없을 순 없다. 개인적으론 난마처럼 얽혀 있는 교육 문제를 해결할 교육대통령의 등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땅에서 교육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몇 가지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첫째, 교육수장을 잘 세워야 한다. 모든 국민이 교육 전문가라는 나라에서는 역설적으로 전문가다운 전문가가 극히 드물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의 배경과 본질을 꿰뚫고 있으면서 누구나 수긍하는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만일 그런 전문가가 적잖이 존재한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교육 문제는 사람으로 치면 복합골절을 당한 환자에 가깝다. 이런 환자를 단순 타박상이나 간신히 감당할 수 있는 얼치기 전문가에게 맡겨 놓으면 환자의 상태는 갈수록 위중해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전문가만이 우리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소이다.

둘째, 교육수장에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교육열이 다소 유별난 우리 국민은 교육 정책에 대한 관심 또한 지대한 편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 환영을 받는 교육 정책은 거의 없다. 누군가 혜택을 입는다면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것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교육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다양한 이해집단 간에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들은 교육수장을 희생양 삼아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곤 했다. 다른 부처 수장에 비해 교육수장의 재임기간이 현저하게 짧았던 배경이다. 이 같이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 되는 한 우리 교육이 백년대계를 도모하긴 무척 어려울 것이다.

셋째, 성과에 대한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은 자신의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정책에 골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맥락에서 도입된 교육 정책은 교육 현장에 제대로 착근하지 못하고 정권과 운명을 함께 할 개연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교육 정책이 안정성이나 지속성을 갖기 어렵게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 된다. 따라서 당장 씨는 자신이 뿌리지만 그 과실은 후대에 다른 누군가가 거두어도 무방하다는 마음가짐으로 교육 정책을 펴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넷째, 교육 정책에서 정치논리를 최대한 배제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한 공감대 형성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정책이 아니면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기실 교육 정책이 충분한 의견 수렴과 설득의 과정을 통해 도입된다면 정책 수립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또한 그렇게 도입된 정책은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 장수 정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해당 정책이 시대정신을 적절히 반영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소구력을 지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자신도 교육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식견과 혜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많은 국민에게 시름을 안기고 있는 교육 문제를 기필코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진정성만 있다면 그걸 구비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교육 문제에 무지한 대통령이 무늬만 전문가인 사람을 교육수장에 앉혀 전권을 부여할 경우 재앙적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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