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우 개는 54%, 고양이는 59%가 비만 또는 과체중 상태라고 한다. 2016년 미국의 반려동물비만방지연합(APOP·Association for Pet Obesity Prevention)이 발표한 수지다. 선진국 통계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인데 더욱 놀라운 것은 비만 비율이 해가 갈수록 증가한다는 것이다.
개와 고양이의 비만은 신체충실지수(BCS·Body Condition Score)로 평가한다. BCS는 1~5까지 분류하는데 BCS1= 매우 마름, BCS 2 =마름, BCS 3 =정상, BCS 4 =과체중, BCS 5 =비만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동물병원 이리온이 SK텔레콤과 함께 반려견 건강관리 체험단 500여 마리를 모집해서 건강검진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검사 결과 40%의 반려견이 과체중(BCS4)이거나 비만(BCS5) 상태였다. 반려견의 건강에 관심이 많은 보호자가 참석했는데도 비만율이 40%의 수치가 나왔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반려동물 비만이 이미 심각해져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만은 반려동물의 삶의 질과 양적인 측면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질병이다. 퇴행성 관절염, 당뇨병, 췌장염, 호흡기 질환, 여러 종류의 암 등이 과체중, 비만과 연관되어 있다. 비만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수명까지 단축시키는 것이다.
비만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할 경우 에너지 불균형에 의해 유발된다. 또한 특정 질병(갑상선기능저하증, 부신피질기능항진증, 당뇨병 등) 때문에도 비만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비만인 개와 고양이는 먼저 특정 질병이 있는지 종합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과체중, 비만인 반려동물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차 하고 다시 주저앉는다. 만사가 귀찮아 보이고 잠만 자는 것이다. 이런 행동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고통 그 자체일 수 있다.
개와 고양이의 비만을 개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섭취 칼로리는 낮추고 포만감은 충족시켜줘야 한다. 개와 고양이가 적당한 양의 사료를 먹고 포만감을 느낀다면 더 섭취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사료를 먹고도 더 달라고 보채는 행동을 하는 반려동물들은 사료를 통해 포만감이 충족되지 않아서이다. 따라서 포만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료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와 고양이 비만 개선용 처방식 사료 중에 기호성과 포만감을 충족시켜주는 제품을 먹인다면 비만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생활 패턴 및 습관의 변화와 운동도 비만 개선에 필요하다. 사료는 지정된 장소에서 한번에 주는 것보다 여러 장소에서 소량씩 준다. 또 기능성 장난감 등을 이용해서 놀이를 통해 사료를 먹게 하면 스트레스는 줄고 운동량은 늘고 먹는 즐거움을 채워줄 수 있다. 운동은 체중이 줄어든 후 다시 체중이 증가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하루 30분 정도의 운동이면 적당하다.
비만으로 고생하던 반려동물들이 체중 감량에 성공해서 병원 대기실 여기저기를 냄새 맡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그 동안 얼마나 힘들고 답답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비만한 고양이가 체중 감량에 성공해서 캣타워 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양이와 새로운 교감을 한다는 보호자의 훈훈한 얘기도 종종 듣는다.
비만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될 질병이다. 비만이 점점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비만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부족한 면도 있다.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귀엽다고만 여기지 말고 비만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문재봉 수의사(이리온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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