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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法, 대학 꼼수에 ‘강사 해고法’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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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法, 대학 꼼수에 ‘강사 해고法’ 될라

입력
2015.12.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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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비 절감·구조조정 악용

강의 통폐합 등 일자리 위협

교육부·국회는 책임 떠넘기기만

강사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학이 되레 경비절감과 구조조정을 위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강사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학이 되레 경비절감과 구조조정을 위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수도권 A대학에서 4년째 시간 강사로 강의한 B(42)씨가 최근 대학 측에서 이상한 연락을 받았다. 내년에도 강의를 맡기려는데, 다른 대학에서 4대 보험을 해결할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강의를 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었다. B강사는 “다른 곳에 취직해 4대 보험을 해결해 오라는 얘기”라며 “박사학위 따고 여태껏 강사로 먹고 살았는데 어디에 취직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서울 4년제 C대학은 최근 전임교수들에게 내년 책임 강의 시수(시간 수)를 대폭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강사들이 담당해오던 교양강의까지 전임교수들에게 맡기겠다는 것. D(46)교수는 “대학에서 강사를 줄이기 위한 꼼수”라며 “강사 처우 개선이라는 법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두 대학 이야기는 6만여명(추산)에 달하는 우리나라 시간강사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강사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2010년 5월 조선대 시간강사가 강사의 현실을 고발하며 연탄 자살한 지 5년여만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이 법을 되레 경비절감과 구조조정을 위해 악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임교수의 강의 시수를 늘리거나, 강의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강사 수를 대폭 축소하고 있어 ‘강사 해고법’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강사들에게만 강의를 몰아줘 강사들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작은 수업을 하나로 통합한 대규모 강의들이 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과 수업권이 침해되는 문제도 초래되고 있다.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E대학은 기존 시간강사들이 맡던 강의 상당수를 내년부터 전임교수에게 맡기기로 방침을 정했다. 예컨대 음대의 경우 기존 실기 강의에서 전문 강사들과 나눠 학생 10명 안팎을 대상으로 집중 지도하는 식으로 해왔지만 내년부터는 전임교수가 40여명을 한꺼번에 지도하도록 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들의 공개채용부터 4대 보험 지급, 고용계약 등 많은 행정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며 “법 시행에 따라 강사 수를 현재보다 30% 안팎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강사법은 ‘88만원 세대’보다 못한 시간강사의 현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채용 시 공개 채용, 임용기간 1년 이상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인 강사들을 비롯해 대학 등에서도 반대하면서 시행은 두 차례나 유예됐다. 학교 측은 비용이 늘어난다며 고용보장에 난색을 표했고,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은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아 해당 법의 적용에서 아예 배제시켰다. 결국 실질적인 강사 처우 개선은 어렵고, 고용이 불안해지자 보호대상인 시간강사들이 법 시행을 반대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대안 없이 법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부딪히는 현안은 국민연금, 건강, 산재, 고용의 4대 보험이다. ‘우리 대학에서는 못 해주니 다른 학교나 회사를 통해 4대 보험을 해결하고 오면 강의를 주겠다’는 통보는 사실상 그만두라는 압박이나 다름 없다. 반대로 4대 보험을 해결한 소수의 강사들에게만 강의가 몰리는 경우도 예상돼 강사들의 전반적인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라는 법의 취지는 무색해질 전망이다. 서울 한 대학의 강사는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아니라 소수 강사를 위한 악법”이라고 말했다.

강사법이 은밀한 거래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전문대 강사는 최근 전임교수로 전환해주겠다는 학교 측의 제안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그는 “강의가 없어질 수도 있는데 이번 기회에 학교발전기금을 내고 전임교수로 전환할 생각은 없느냐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법 시행으로 결국 최종적인 피해자는 학생들이 될 전망이다. 학생지도, 논문작성 등 강의 외 업무가 많은 전임교수가 강의 수를 늘리는 것은 강의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교과목 통폐합 등으로 ‘콩나물 강의실’에서 강의를 들어야 하며, 다양한 강의를 받을 권리도 제한된다.

강사법 시행의 현실적 부작용이 증폭되면서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서울의 한 여대 전임교수는 “구조조정에 혈안인 대학은 반기겠지만, 대학의 구성원 대부분에게 불행한 법”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즉각 법을 폐지하거나 전임교원 확보율 100% 등으로 강사가 교수가 되는 길을 넓히는 것과 같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국회에서 결정하면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국회는 교육부가 대안을 마련해 오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두 번이나 시행이 유예된 법이라 또 유예하라고 요구하긴 어렵다”며 “교육부가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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