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마니아에겐 하와이 빅아일랜드는 천국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돼 있고 자전거를 보호하는 교통문화도 정착돼 있다. 또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명확하게 구분해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쉽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큰 도로에는 대부분 자전거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전용도로가 있다. 갓길을 자전거도로로 구분하고 자동차가 이곳을 침범하지 않도록 다양한 구조물과 표지판을 설치했다. 자동차가 이곳을 침범하는 일은 거의 없다. 자전거도로가 불법 주정차한 차량으로 막혀버린 우리나라 모습과는 판이하다.
교차로에선 자전거 이동을 유도하는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안내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자전거와 자동차의 동선이 겹치는 곳은 ‘자전거에게 양보하라’는 표지판이 어김없이 설치돼 있다. 자전거 이용자는 보호받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선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자동차가 무리해서 자전거를 추월하는 일이 없다. 이곳의 차량 운전자들은 자전거 주변을 지날 때 충분한 거리를 두는 등 자전거와 충돌을 사전에 예방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경적을 울리며 위협하지도 않는다. 자전거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곳에서도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준다.
보호받는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할 것도 있다. 인도에서는 절대 자전거를 타고 가면 안 된다.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선 무조건 보행자가 우선이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로 진입한다면 일단 멈추고 길을 건너길 기다려야 한다.
자전거 천국을 제대로 느끼려면 자전거를 직접 갖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여의치 않다면 빅아일랜드의 다양한 자전거 대여 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리조트, 식당, 마트가 모여있는 시내에서는 공공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화산 주변이나 해변 등 관광지에서는 산악용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투어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전기자전거를 빌려주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편안한 자전거 여행을 원한다면 고려해 볼만 하다.
하와이=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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