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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힘든 가을

입력
2016.11.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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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프랑스 가을이라면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 일색이고 매일 회색 하늘이어서 쓸쓸한 느낌을 주는데, 한국의 가을은 각 색깔이 화려한 단풍을 도시 구석구석에서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지금은 그런 가을이지만 한국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적 문제가 심각해서 올해는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을을 만끽하려고 해도 기분이 안 난다. 게다가 지난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돼 더욱 힘이 빠졌다.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모든 미디어를 통해서 수많은 정보가 계속 쏟아지니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한국에서는 비슷한 내용을 계속 듣는 것이 흔한 일이니 국민도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평소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에 대해 한국 사회는 별로 부정적으로 느끼지 않는 것 같은데, 프랑스 사람들은 두 번 이상 똑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피로감을 느낀다. 한 번만 말해도 충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이상하고 믿지 못할 소식일 경우 끝없이 듣고 또 듣고 확인해 보는 것은 인간의 공통된 본능이라 어디 사회, 문화에서든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국가적 위기를 불러일으킨 최순실 게이트는 하도 놀랄만한 이야기라 한국 국민이 각종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자꾸 얻으려 하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마음이 끓어올라 촛불집회에 참여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프랑스 사람과 비슷하다. 프랑스인들도 뭔가 크게 거부할 마음이 들 때면 적극적으로 시위를 벌인다.

경제 규모로 볼 때 한국은 세계 12위 나라이지만, 이번 박근혜 대통령 사건을 보니 그 동안 정치적인 성장은 경제성장을 따라 오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가 더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몇십년 전부터 경제적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고 고치기가 쉽지 않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사람은 옛날부터 자기가 최고라고 여기면서 남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향이 있다. 경제가 세계적으로 평준화하는 바람에 오늘날에는 다른 나라에서 건방지게 행동하면 오히려 조롱 당할 수 있다고 점점 더 조심들 하기는 한다. 하지만 아직도 겸손함이 뭔지 모르는 민족이다. 반면에 권력이나 명성에 관한 욕심은 많지 않다. 물론 예외적인 사람도 있지만, 대개의 프랑스 사람은 사회적 파워 혹은 대단한 인기를 얻는 일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다.

한국 사람은 자존심이 강한데다 권력과 명성을 무시하지 못하는 성향이라,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인간관계를 내 나름대로 규정해 행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인 관습에 자신을 맞춰야 해 때문에 어렵다. 예를 들면 윗사람과 아랫사람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윗사람의 의견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도 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일방통행식 관계 때문에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직접 못한 말을 제삼자에게 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인간이란 마음속에 가진 것들을 말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예민한 동물이다. 그런데 구성원들이 그런 식으로만 살아간다면, 불통이고 위선적인 사회가 될수 밖에 없다.

또 한국에서는 누군가 잘못해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사과하고 용서를 빌면 문제가 해결이 된다는 안일한 사고가 뿌리 깊어 더 쉽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 않나 싶다. 프랑스 사람들은 남에게 용서해달라 말하는 것이 수치스러워서 그런지 처음부터 실수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민족인 것 같다. 한국 뉴스에서 매일 명예를 중시할 것 같은 지도층 인사가 하루가 멀다고 구속이 되고 또 검찰에 출두한다는 뉴스를 듣고 보는데 그 현실에 놀랍다. 미래의 한국에서는 이런 뉴스가 점점 줄어들까.

마틴 프로스트 전 파리7대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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