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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 미사여구 NO!… 자신만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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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 미사여구 NO!… 자신만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써라

입력
2015.03.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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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한 단체·그룹 이야기만 강조, 자신 역할은 빼면 부정적 인상

직무 이해 노력 등 충실히 담되, 지나친 자신감은 되레 마이너스

줄임말·접속사 남발 등 지양하고 구체적이고 간결한 문장 사용을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니던 김모(29)씨는 자기소개서를 형식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토익점수와 자격증은 결과물이 나와서 만족감이 컸지만 정답이 없는 자기소개서는 알아서 쓰면 된다고 생각해 공을 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김씨는 매번 채용 시즌이 시작되면 시간에 쫓겨 소개서를 작성했고 한 곳에 넣은 소개서를 회사명만 바꿔 여기저기 돌려 넣었다. 결국 그는 재작년 지원한 7개 기업의 서류전형에서 모두 탈락한 뒤 뒤늦게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송모(26) 씨도 최근 50곳이 넘는 회사의 서류전형에서 모두 탈락했다. 불합격 원인을 낮은 토익 점수라고 생각했는데 취업컨설턴트의 상담을 받아보니 자기소개서 때문이었다. 송 씨의 입사지원서를 살펴본 취업컨설턴트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면 학창시절 어떤 직무에 관심을 갖고 준비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고 자신의 강점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17일 서울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귀향도 포기한 채 공부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17일 서울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귀향도 포기한 채 공부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기업 서류전형의 핵심이 과거 스펙 위주의 이력서에서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 자기소개서로 옮겨가면서 소개서 작성이 취업의 첫 관문을 통과하는 중요 요소로 떠올랐다. 취업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인 만큼 정답이 없지만, 다른 사람과 차별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쓰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자기소개서 작성시 구체성이 떨어지는 표현과 뜬금없는 속담이나 명언의 인용은 반드시 피해야 할 적이다. 실제로 기업 인사 담당자들도 다른 사람의 평가를 빌어 자신을 소개하거나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추상적인 표현을 남발하면 감점 요인이라고 자주 지적한다. 성장 과정을 적을 때 부모 이야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거나, 학창시절이나 학교생활을 이야기할 때 자신이 속한 단체나 그룹 이야기만 강조하고 정작 자신의 역할을 빼먹으면 부정적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쓴 ‘합격 자기소개서’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마음에 드는 문구를 베껴 쓰면 들통나기 쉽다.

특히 다른 회사에 지원할 때 사용했던 소개서를 회사명과 내용만 대충 바꿔 제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진희 커리어비전 대표는 “취업 담당자들은 성의 없이 작성한 소개서나 베낀 소개서를 충분히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만이 경험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가는 게 훨씬 낫다”고 전했다.

자기소개서에는 지원자가 직무경험을 익히거나 직무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빼놓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에 목숨 바칠 수 있는 사람’ ‘회사에 인재상에 꼭 맞는 사람’과 같은 추상적이고 짜맞춘듯한 내용보다는 자신이 인턴생활 등을 통해 직접 경험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게 낫다. 이우곤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직접 경험이 없을 경우 해당 직무와 관련한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하는 게 낫다”며 “아는 게 많아야 소개서 내용도 충실해진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 확신이나 유아독존식의 표현도 감점 요인으로 꼽았다. 자신이 지원회사에 적합한 인재라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담담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자신 있다’ ‘확신한다’ ‘최고의 인재’ ‘욕 먹은 적이 없다’ 등 지나친 자신감은 오히려 점수를 깎아 먹는다.

특히 결과보다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김치성 한양대 겸임교수는 “과정을 설명하다 보면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 도전정신 등을 두루 평가할 수 있다”며 “소개서 내용은 기업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뚜렷한 근거 없이 결과만 설명하면 거부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진부하고 성의 없는 표현을 다듬으라고 조언했다. ‘귀사’라는 표현을 쓰거나, ‘저는’ ‘제가’ 같은 1인칭 대명사로 시작하는 문장은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하지만’ ‘또한’ ‘그리고’ 같은 접속사를 자주 사용하거나, 첫 문장을 “1남2녀 중 장남”과 같은 가족소개로 시작하는 것도 금물이다.

사람이나 제품, 단체, 장소 등을 쓸 때는 명칭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신뢰감이 생긴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언니의 취업가게’ 대표인 취업컨설턴트 신길자씨는 “미사여구를 사용한 긴 문장보다 간결한 문장을 쓰는 것이 낫고, 중언부언 하지 않으려면 소제목을 붙여가며 소개서를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채용 담당자가 알아볼 수 없는 ‘알바’(아르바이트) ‘인강’(인터넷강의) 같은 줄임말과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지원자에게도 기업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도움말 주신 분들(가나다순)

김세준(국민대 경력개발센터 겸임교수)

김치성(한양대 겸임교수)

신길자(언니의 취업가게 대표 운영자)

이우곤(성균관대 겸임교수)

최진희(커리어비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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