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ㆍ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문제를 18~20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논의하기로 했다. 청와대가 11일 동의안을 국회에 회부하면 회담 결과를 본 뒤에 다루겠다는 것이다. 여야 합의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사안을 정치 쟁점화하지 않으려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협상 국면이 복잡하게 꼬인 상황에서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과 지원까지는 아니어도 극한 대치 대신 타협점을 찾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권을 통한 국민적 동의 및 지지를 확보, 남북관계 개선 및 비핵화 협상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비준 동의안 카드를 꺼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의 성과를 백지화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정권에 상관없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안전판은 필요하다. 여론조사를 봐도 국민 70% 이상이 판문점선언 비준에 찬성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의안 처리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판문점선언 이행에는 막대한 재정 부담이 따르는 만큼 우선 국회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재정추계도 없이 비준동의안 회부 방침을 밝히며 속도를 낸 것은 자유한국당에 반대의 구실만 제공한 꼴이 됐다. 애초 남북관계나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정보 공유 없이 초당적 협조를 당부하는 것부터 순서가 틀렸다. 정부 여당이 조금 더 현명하다면 남북문제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 성과에 들러리를 서지 않으려는 야당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5당 대표에게 불쑥 평양 정상회담 동행을 공식 요청하다니 그 배경이 의아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비준 동의안의 국회 통과는 불투명하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여야 합의가 아니면 어떠한 법률안이나 조약의 통과 및 비준 동의가 어렵다. 비준 동의 심사는 외교통상위가 맡는데, 한국당 소속인 강석호 위원장의 반대로 상임위 통과조차 난망하다.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더라도 이 같은 국회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여당은 국회를 우회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야당 설득에 성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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