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초기에 집중 치료 필요"
세월호 침몰 참사처럼 충격적인 사건ㆍ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사람의 경우 일주일에 2회를 초과해 받을 수 없었던 치료 횟수 제한이 풀린다. 무분별한 진료로 의료비가 불필요하게 상승된다는 이유 때문에 그동안 정신과의 외래 진료는 주 2회로 횟수가 제한돼 있었지만 PTSD 환자의 경우 발생 초기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8일 “주 2회로 제한돼 있는 PTSD 치료 횟수를 지금보다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조만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관련 학회와 논의해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고, 관련 보험급여 기준 고시를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의 건강보험 행위급여ㆍ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상대가치점수 고시에 따르면 모든 정신과 치료는 외래일 경우 주 2회로 횟수가 제한돼 있다. 이를 초과할 경우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은 물론 환자에게도 진료비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과잉 진료로 건강보험 재정에 무리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지만, 의료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무엇보다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 시도를 한 중증 우울증 환자의 경우 단기간에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횟수 제한에 걸린다”며 “입원을 하면 주 6회까지 치료할 수 있으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입원을 권유해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 원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치료 횟수를 제한했던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생물학적 질환에만 집중하고 정신건강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학교폭력으로 인한 소아청소년정신장애, 중증의 우울증, 불안장애, 적응장애 등에 대해서는 주 3~4회로 치료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PTSD 외에 다른 정신질환도 종류와 중증도, 급성 여부 등을 고려해 치료 횟수 제한의 완화 또는 폐지를 검토할 계획이다. 정신과 치료는 ‘15분 이상 45분 미만’, ‘45분 이상’과 같은 진료시간 규정이 있어, 치료 횟수 제한을 풀더라도 ‘1분 진료’와 같은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복지부는 보고 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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