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 엎친 데 덮쳐
중소 제조업체로 피해 확산 우려
사태 진정돼도 메르스 불황 가능성
"맞춤형 긴급 자금ㆍ세제 지원을"
국내 경기 전반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국내 경제에 3개월 가량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심할 경우 메르스 불황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22일 중소기업연구원의 ‘메르스 사태와 중소기업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 사례에 비춰볼 때 메르스의 여파로 국내 경제에 3개월 가량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란 전망이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2009년 중남미에서 번졌던 신종인플루엔자 사례를 들었다.
2002년 11월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발생한 사스는 홍콩을 거쳐 세계로 확산해 이듬해 7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28개국에서 약 8,000명이 감염됐다. 그 중 774명이 사망해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사스 발병국들은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사스가 처음 확인된 중국은 발병 직후인 200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분기 9.9%에서 2분기 6.7%로 급락했다가 3분기 9.6%로올라섰다. 떨어진 성장률이 사스 발병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꼬박 3개월이 걸렸다.
같은 해 홍콩도 사스로 관광객이 급감하며 민간소비가 악화돼 분기별 성장률이 1분기4.5%에서 2분기 0.5%까지 추락했다가 3분기 4.0%로 회복했다. 홍콩 역시 성장률 회복에 3개월이 걸렸다.
2009년 처음 멕시코에서 발생해 214개국에 퍼지며 1만8,500여명이 사망한 신종 플루도 마찬가지다. 당시 중남미 지역의 GDP 성장률은 1분기 -1.61%에서 2분기 -2.11%로 더 떨어졌고, 3분기에 -0.93%로 돌아섰다. 신종 플루 역시 통계적으로 봤을 때 떨어진 성장률 회복에 3개월이 소요됐다.
김진철 주임연구원은 “중국은 한창 10% 안팎의 고성장을 구가할 때 사스가 발병했고, 중남미에서 신종플루가 유행한 시기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회복하는 시기와 맞물렸다”며 “두 가지 모두 경제가 활황이거나 회복 국면에 있을 때 질병이 발생해 3개월 만에 바로 회복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했고 내수가 가라앉는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메르스가 발생해 3개월 이상 경제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메르스 확산에 따라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은 물론 중소 제조업체도 피해를 보는 등 ‘메르스 불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따라서 중소기업연구원은 메르스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소상공인 맞춤형 긴급 자금 지원’과 ‘세제 지원’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규모가 작은 중소 제조업체들은 메르스 확산으로 인력 손실과 함께 생산 차질이 예상되므로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인력지원 체계를 꾸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들도 재난 발생에 준하는 대응 체계를 세워 기업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권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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