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6905% 광물자원공사
지난해 이어 올해도 최하등급 E
임금피크제 조기 도입 마사회는
지난해 C에서 A로 수직 상승
평가 따른 실질 불이익 크지 않아
“기관장 등 책임 강화 필요” 지적
정부가 16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에너지공기업들이 대부분 낙제점을 받았다. 최하등급을 받은 4곳의 공공기관 가운데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가 포함됐으며,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바로 윗 등급인 D등급을 받으면서 낙제점을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방만 경영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노력을 평가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영 부실에 따른 누적된 부채 등이 점수에 고스란히 반영이 됐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C등급을 받았던 석탄공사는 이번에 D등급으로 강등이 됐으며, 부채비율이 6,905%에 달하는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E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부채 비율이 453%인 석유공사 역시 지난해 D등급에서 올해는 E등급으로까지 밀려났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이들 기관이 개선 노력을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계량적 지표를 보면 점수가 높지 않았다”며 “특히 광물공사의 경우 재무관리 영역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이 체계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정부 정책에 최대한 협조한 기관들의 경우 가점을 받으면서 평가 등급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지난해 C등급에서 A등급으로 두 등급이나 수직 상승했고, 한국전력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한 등급(B→A) 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 9월 이전에 임금피크제를 조기에 도입하면서 기재부가 약속한 경영평가 가점 1점을 얻은 곳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노력과 도입 시기 등의 성과를 평가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반면 광물공사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이 타 기관에 비해 늦어진 것도 낮은 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공공기관 기능조정 이행 실적이 뛰어난 기관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감정원은 감정평가업무 철수 이후 부동산 공시 등 대체 수익기반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에 이어 A등급을 연속해서 받는 데 성공했다.
이번 경영평가에서는 상임감사와 감사위원에 대한 평가에서 ‘우수’(80점 이상) 등급을 받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을 감독해야 할 감사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의 감시·감독이 매우 허술한 것이 평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감사의 전문성, 윤리성, 감사 업무 성과 등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는데, 작년에는 2명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우수 등급은 줄었지만, 보통(60~80점) 등급을 맞은 사람은 22명에서 27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를 두고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제도가 갈수록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기관의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해마다 평가등급이 개선되고 있는데다, 평가에 따른 실질적인 불이익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경영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공석을 제외하고 해임 건의된 기관장 27명 중 실제 해임된 사례가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평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책임 강화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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