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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너비 4㎝ 차이로 탈락… '경차의 자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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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너비 4㎝ 차이로 탈락… '경차의 자격' 논란

입력
2014.10.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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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이·스파크 국산 3종만 인정… 배기량에 길이·너비도 규정 韓·日뿐

독일의 소형차 스마트를 수입, 판매하는 스마트코리아는 요즘 비상이다. 스마트 본사가 7년 만에 새로 내놓은 ‘3세대 스마트’의 차 너비(166㎝) 가 국내 경차 기준(160㎝)보다 6㎝ 길어져 이제까지 받아오던 국내 경차 혜택을 못 받게 됐기 때문. 스마트코리아 관계자는 1일 “2세대 스마트(너비 156㎝)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경차 혜택이 큰 역할을 했다”며 “너비 6㎝ 때문에 경차가 안 되니 수입을 중단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답답해 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정부도 연료 덜 쓰고 배출가스도 적은 경차에 대해 취득ㆍ등록세 면제, 통행료ㆍ보험료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경차 타기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승용차 중 1,600㏄ 이상 중대형차 비중이 60%를 넘어설 만큼 에너지 낭비형 자동차문화가 고착돼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고집하는 바람에 경차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경차로 인정 받으려면 배기량 1,000㏄ 이하, 차 너비 160㎝, 차 길이 360㎝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너비 몇 ㎝차이로 경차 혜택에서 제외된 차는 스마트뿐만이 아니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지난해 피아트 친퀘첸토(너비 164㎝)를 수입을 준비하면서 너비 4㎝ 차이로 경차가 될 수 없게 되자 당초 유럽에서 판매되는 900㏄ 엔진 달린 차량 대신 미국서 팔리는 1,400㏄짜리 엔진 차량으로 교체했다.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경차 혜택을 못 받게 돼 성능이라도 높이기로 한 것”이라며 “엔진을 키우다 보니 차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폴크스바겐 업(164㎝), 시트로앵 C1(163㎝) 등도 국내에서는 경차가 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현재 국내에서 경차로 인정받는 모델은 기아차 모닝과 레이, 한국지엠 스파크 국산 3종에 스마트 포투 정도다. 일본은 경차 종류만 70가지가 넘고, 유럽에서도 수십 종의 경차가 팔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배기량뿐 아니라, 길이로 경차 기준을 따지는 곳은 일본과 한국 뿐”이라며 “일본은 경차가 워낙 많으니 그들을 나누려다 보니 기준이 필요하다 치고 경차가 4종 밖에 없는 한국에서 왜 이런 기준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산업연구원 이항구 연구원은 “국산 경차가 수입 경차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기준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말하지만 이런 과보호가 오히려 국내 경차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아차는 경차 모닝, 레이 생산을 하청업체인 동희오토에 맡기고 있는데, 레이는 실내 천장에 물이 맺히는 결로 현상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샀다. 업계 관계자는 “큰 차를 팔아 이익을 더 내려는 기아차 입장에서 경차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정부가 형식 논리에 빠져, 경차 외면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기아차 감싸기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정부가 늘 엄격한 기준을 고수한 것은 아니다. 정작 경차의 더 중요한 기준인 배기량은 국내 업체 주장에 따라 고쳐줬다. 2008년 정부는 경차의 배기량 기준을 800㏄이하에서 1,000㏄이하로 변경했는데, 기아차가 내놓은 모닝의 배기량이 1,000㏄이란 점을 감안한 ‘정책적 배려’였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수입 경차의 진입을 늘린다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국내 경차 시장 규모도 더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들도 더 좋은 경차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경차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까지 (경차 기준을)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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