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가 신석기 시대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던 인류의 유전정보(게놈)를 세계 최초로 분석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8일 “박종화 생명과학부 교수(UNIST 게놈연구소장)와 안드레아 마니카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가 4,500년 전 아프리카인의 게놈을 해독해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 3대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9일 게재된다.
박 소장은 “다른 대륙은 수 만년 전의 뼈에서 유전자정보를 분석해 낸 적이 있지만 인류의 발생지인 아프리카는 대륙의 기후나 토질 특성상 수 만, 수백만년 전 인류의 뼈가 출토됐어도 유전자(DNA)가 모두 파괴돼 분석할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DNA를 분석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2년 에티오피아 남서부의 ‘모타(Mota)’ 동굴에서 발견된 4,500년 전 아프리카인의 귀 뒤쪽 뼈에서 DNA를 추출했다. 연구진이 추출된 DNA 유전정보를 수십 명의 다른 고대 및 현대인의 유전자 변이와 비교·분석한 결과 유라시아인들의 유전인자가 없었다. 고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했다가 농경문화의 확장으로 다시 아프리카로 유입되면서 현대 아프리카인들이 많게는 25% 이상 유라시아인의 유전변이를 갖고 있는 것과 차이가 크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적어도 4,500년전 이전에 아프리카인이 타 인류와 혼혈되지 않았고 아프리카로 되돌아 간 시점이 4,500년전 이후라는 점을 찾아냈다. 또, 이 인물이 검은색 피부를 가진 남성이며 우유를 소화하지 못했고 에티오피아 고산지대의 저산소증에 적응한 수렵채취인이었다는 특징을 밝혀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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