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천공의 도시를 꿈꾸다

입력
2016.12.07 04:40
0 0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원효대교 북단에서 바라본 여의도.
원효대교 북단에서 바라본 여의도.
중구 세종대로에서 본 남산.
중구 세종대로에서 본 남산.
서울역 구역사.
서울역 구역사.
용산구 청파로.
용산구 청파로.
중구 세종대로.
중구 세종대로.

도시가 하늘을 난다. 아파트와 빌딩이 허공에 떠 있고 거꾸로 선 남산 타워 밑으로 구름이 흐른다. 절단된 현실의 반복과 합체로 만들어낸 판타지가 흥미롭다. 심해 탐사를 떠난 소설 속 잠수함이 이런 모양이었을까. 일렬로 늘어선 정체불명의 비행체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봤던 우주 함대를 연상시킨다. 거울을 들이댄 듯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 천공(天空)의 도시, 착각이든 상상이든 눈앞에 펼쳐진 신기한 비행 속으로 빠져든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속에서 소년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천공의 성’을 동경했다. 비정상이 정상처럼 되어버린 세상을 살며 우리는 소년처럼 공중 도시를 꿈꿔왔는지 모른다. 중력을 거슬러 비정상적으로 떠 있는 도시는 암울한 현실로부터의 탈출이자 정상화의 역설적 현시다. 그 도시에 올라 하늘을 난다는 건 나를 옥죄고 있는 모든 것과의 이별이며 훌훌 털고 떠나는 자유를 상징한다.

광화문에서 열린 6차 촛불집회.
광화문에서 열린 6차 촛불집회.
용산역.
용산역.

유감스럽게도 천공의 도시는 절반의 현실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분할과 단절인 동시에 완벽한 융합이라는 모순까지 더해졌다. 땅이 하늘이 되고 허공이 거리가 되는 거짓말 같은 세상에서 상상의 나래만은 자유롭게 활개친다. 하늘을 버리고 땅을 취해 보았다. 촛불이 강물처럼 흐르는 거리가 밤하늘을 대체하고, 거꾸로 선 빌딩숲은 엄중한 행렬을 힘겹게 떠받치고 있다. 상공을 뒤덮은 함성과 분노가 온 도시를 압도한다. 데칼코마니(Decalcomanie)처럼 비현실적으로 포개진 세상은 몇 배로 증폭된 현실의 반영이다.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의해 도시가 기울어지면 대칭은 상하에서 좌우로 이동한다. 순간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천공의 도시.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자동차로 위장한 외계 로봇의 다른 버전을 보는 것 같다. 지구 침공에 나선 무시무시한 괴생명체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우주의 기운을 앞세운 외계 침략자들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까. 이 도시 어느 반쪽엔가 세상을 구할 영웅은 분명 숨어 있다.

서울역 구역사.
서울역 구역사.
용산구 청파로 코레일 서울지역본부.
용산구 청파로 코레일 서울지역본부.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
용산구 청파로.
용산구 청파로.
강남구 신사동.
강남구 신사동.

◇세상을 데칼코마니 하다

데칼코마니란 종이에 그린 어떤 무늬를 다른 면에 옮기는 미술 기법이다. 천공의 도시는 데칼코마니처럼 반쪽 세상을 포개어 완성한 우리 자화상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프레임의 절반을 뚝 잘라낸 후 남은 이미지를 복제해 반전시킨다. 사라진 반쪽을 복제된 절반으로 채우고 나면 흥미로운 대칭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분할의 위치와 합체 방식에 따라 이미지의 변화가 다양해진다. 우연이 불러온 환상은 현실을 뛰어넘어 이상으로 다가가는 듯한 착각도 유도한다.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이 곧바로 현실이 되는 세상, 포토숍(Photoshop) 같은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상상보다 더 자유로운 변화를 즐길 수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용산구 후암동.
용산구 후암동.
서울역에서 바라본 여의도.
서울역에서 바라본 여의도.
서울 중구 만리재로.
서울 중구 만리재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