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열린 세계교구대회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성직자들의 조직적 성범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더블린에 도착한 교황은 공식행사 도중 성직자 성범죄를 “혐오스러운 범죄” “역병” 등으로 표현하며 교회가 이를 막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공개 연설에서 “아일랜드 교회에서 교육과 보호의 책임이 있는 구성원들이 어린 신도들을 학대했다”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교와 교회 지도자, 성직자 등 교회당국이 이런 혐오스러운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정당한 분노를 불렀다”라며 “기독교 공동체에 고통과 수치스러움으로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일 발송한 서신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전염병과도 같은 재앙을 교회에서 몰아내겠다는 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후 교황은 아일랜드 내 조직적 학대의 피해생존자 8명을 더블린에 있는 바티칸 대사관에서 1시간 30분 가량 비공개 면담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생존자 2명에 의하면 그는 성직자들의 부패와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인분(caca)’이라고 표현했으며, 생존자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교황의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시민단체들은 더블린 시내 다른 장소에서 피해생존자 및 지원자를 위한 별도 모임을 준비 중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비판자들은 교황이 잇따른 성범죄 스캔들에 대응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일랜드는 동성혼과 낙태를 합법화하면서 기독교계의 힘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은 교황이 낙태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황의 아일랜드 방문은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 이후 약 40년만인데,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를 위해 모일 인파는 40년 전 270만명에 비해 4분의 1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25일 교황과의 면담에서 아일랜드 내 아동학대 사건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와 호주, 칠레에서 발생한 조직적 학대도 이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교황의 권한과 영향력을 아일랜드와 전세계에 미쳐 이런 일들이 바로잡히도록 사용해달라. 말에서 행동이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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