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서 생기는 자가면역질환, 초기 발견하면 약물 치료
방치하다간 간경변으로 이어질 수도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김모(62ㆍ여))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간기능 이상 소견이 나타났다. 정밀검사 결과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았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은 강직성척추염, 류마티스관절염, 아토피피부염과 같이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면역세포가 장기나 조직을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간은 우리 몸에 들어 오는 영양소를 분해하고 저장하는 데 관여하고 면역체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간은 기능이 훼손돼도 통증 등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간에서 생성된 담즙은 간에 있는 작은 담관을 통해 간 밖으로 배출된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은 담관에 발생된 염증에 의해 간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하면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시기를 놓치면 손상된 간이 간경변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3,522명이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으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환자는 꾸준히 늘어 2012년 2,126명에서 5년 새 3,522명으로 66%나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84%를 차지했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을 진단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리가 간기능 검사라고 부르는 혈액검사만으로 가능하다. 간기능 검사 항목에는 AST(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요소), ALT(알라닌 아미노전이요소), ALP(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 GGT(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등이 있다.
다만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 전문의 진단이 중요하다. 각각 항목의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는지 단순하게 보기보다는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 및 각 항목 사이 조합된 해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은 간기능 수치 중 ALP가 증가된 사람 가운데 초음파 결과가 특이소견 없이 항미토콘드리아 항체가 양성으로 나오면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간기능 검사라고 부르는 혈액검사 결과에서 1~2가지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고 해서 간기능이 나쁘다고 단정하지는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종합적 판단에 따라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은 조기 발견하면 약물로 조절이 가능하다. 염증을 완화하고 담즙 배설을 촉진하는 우루소디옥시콜린산(UDCA)이나 다른 약물을 투여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발견을 놓치거나 치료를 방치할 경우 결국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 간경변이 심해져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간이식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 간이식은 뇌사자의 장기가 부족하기에 생체 간이식을 고려해 봐야 한다.
생체 간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간 좌엽이나 좌엽의 일부, 혹은 우엽을 떼어내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다. 복잡한 과정 없이 기증자만 나타나면 바로 가능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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