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전하는 탈락 지름길
"지나친 스펙 강조는 되레 감점, 뻔한 자기소개서도 금물
지원 업무에 대한 이해 필수, 구체적 목표·포부로 어필해야"
서울 소재 대학 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25)씨는 학점과 토익 성적이 모두 만점에 가깝고 2년 간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전공을 살려 해외영업을 꿈꾸던 그는 지난해 10개 기업에 지원했지만 8개 기업의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간신히 서류전형을 통과한 2개 기업도 마지막 관문인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다. 면접관은 박 씨에게 “전공과 어학공부 이외에 해외영업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나" “바이어가 가격인하를 요구하며 제품구입을 망설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박씨의 사례는 날로 치열해지는 취업전선에서 잘못된 준비를 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도 정작 취업 준비생들은 여전히 과잉 스펙과 획일화된 자기소개서 등에만 집중하고 있다. 취업전문가들은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실수를 걷어내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공통적으로 강조한다. 이에 본보는 취업 전문가 5인을 통해 취업 준비생들이 실패를 피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집중해야 할 사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삼성그룹이 11일부터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접수를 시작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채용시즌이 막이 올랐다. 기업들은 구직자들의 ‘묻지마 스펙’ 경쟁으로 스펙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스펙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 정성평가로 합격 여부를 가리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선발 기준이 급격히 바뀌면서 박씨처럼 최고의 스펙을 갖추고도 불합격하는 구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아자동차 채용 담당자는 “업무에 대한 구체적 목표와 포부를 가진 지원자를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도 “스펙을 강조하면 오히려 감점을 줄 수 있다”며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을 통해 지원자의 문제해결 능력과 도전정신, 가치관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 전문가들도 정부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을 활성화 하겠다고 밝히면서 과잉 스펙을 걷어내라고 조언한다. ‘언니의 취업가게’ 대표 운영자인 취업 컨설턴트 신길자씨는 “스펙이 좋은데도 취업에 실패한 구직자들의 자기소개서 등을 분석해보면 떨어질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우곤 성균관대 겸임교수도 “직무에 대해 아는 게 없으면 문장력이나 화술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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