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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합의 파기 눈앞… 이란 ‘고난의 행군’ 채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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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합의 파기 눈앞… 이란 ‘고난의 행군’ 채비 나섰다

입력
2018.04.18 17: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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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 ‘저항 경제’ 기조 재개

리알화 가치 억지로 끌어 올려

생필품ㆍ달러 사재기로 물가 급등

유럽 자본 완충 역할에 기대감

올 들어 이란의 리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이란에서 미국 달러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환전소가 몰린 테헤란 남부 페르도시 거리에 달러화를 사려는 시민들이 줄을 길게 서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올 들어 이란의 리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이란에서 미국 달러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환전소가 몰린 테헤란 남부 페르도시 거리에 달러화를 사려는 시민들이 줄을 길게 서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다음달 12일 닥칠지 모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파기 에 맞춰 자력갱생을 도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경제를 봉쇄하는 제재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미리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이다. 이란 정부는 각종 단속과 규제로 시장 통제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내핍에 지친 이란 국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이란 경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위협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란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트리뷴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이달까지 달러화 대비 리알화 환율은 19.5%나 폭등했다.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입품을 중심으로 물가상승률이 10%에 육박하는 등 민생고가 심화하고 있다.

대외 불안정성이 커지자 이란 정부는 이란 판 ‘고난의 행군’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은 모습이다. 먼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올해를 ‘국산품 애용의 해’로 선언했다. 하메네이는 이란 달력으로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발표한 교서에서 “국산품 생산과 소비를 가속해 저항경제를 달성한다면 많은 경제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며 2015년 7월 핵합의 이전 서방 제재에 맞서 구사했던 ‘저항경제’ 기조를 다시 들고 나왔다. 저항경제는 대외 투자와 교류 없이, 자급자족 내수만으로도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후 정부기관, 공기업에서는 수입품 구매와 사용이 원천 금지됐다. 김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이란 경찰이 두바이 등 주변국을 통해 불법으로 유입되는 수입품 거래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등 정부의 규제가 강화됐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0일 환율 단일화 조치를 단행한 것도 이란 경제를 방어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천명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란 중앙은행은 환율이 6만 리알까지 치솟자 시중 시세보다 30%나 낮은 시장에 개입해 4만2,000 리알로 끌어 내렸다. 이란 현지 매체 마슈락 뉴스에 따르면 테헤란 경찰청은 단일 환율 발표 직후 공시한 환율보다 높게 거래한 사설환전소 16곳을 적발해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며 시장에 적극 개입했다.

그러나 자급자족 경제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다수다. 당장 시장부터 엇나가는 모습이다. 환율만 하더라도 시장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란 금융 당국도 “고정환율제는 아니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정부가 통제의 강도를 높일수록 외환 시장은 더욱 음성화하고 있다. 마슈락 뉴스는 사설환전소 폐쇄가 이어지자, 텔레그램 등 SNS 상에서 환전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가 역시 고공행진이다. 공산품뿐 아니라, 계란 쌀 등 기본적 식재료 등 생활필수품까지 이란의 설 명절이었던 노루즈(지난달 21일)를 전후로 1.5배까지 뛰었다. 이란을 자주 오가는 통번역가 이세은씨는 “이란의 현재 경제상황은 사재기와 환치기로 요약된다. 미국 제재 시대에 대비해 생필품을 잔뜩 구매해놓거나, 달러를 많이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조치가 이란 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은 줄 수 있겠지만, 과거만큼 강도가 세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란 경제를 지탱하는 국제원유 가격이 상승세이고, 핵 합의로 인한 개방 이후 이란에 대거 유입된 유럽 자본이 완충 역할에 나설 것이란 점에서다. 장지향 아산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나, 독일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 합의 파기에 부정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제재에 나서더라도 유럽 국가들은 시간 차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며 중재자 역할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한국외대 이란어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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