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주도로 발의됐다. 야 3당은 오는 8일 국회 본회의 보고를 거쳐 9일에 탄핵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한때 탄핵 발의 시점 등을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인 야권이 우여곡절 끝에 갈등을 봉합하고 탄핵안 처리 일정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야 3당이 2일 “흔들림 없이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굳은 공조를 다짐한 것은 여의도 정가를 향한 촛불 민심의 질타를 의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헌정 사상 두 번째인 박 대통령 탄핵 발의가 갖는 의미는 매우 무겁다. 소추안은 박 대통령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중대하게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으로 국민생명권 보장 의무 등 헌법조항을 위배한 점과 뇌물죄 등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주류가 변수다. 이들이 중심이 된 ‘비상시국위원회’는 박 대통령에게 7일 오후 6시까지 퇴임일과 2선 후퇴 등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해 놓은 상태다. 9일 탄핵 표결 일정을 감안한 통첩으로, 이때까지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없으면 탄핵 표결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여야 합의에 따르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문제는 새누리 비주류 요구대로 퇴임 일정 등을 명확히 선언하고 나섰을 때다. 이 경우 비주류 의원들 가운데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여야 의석분포상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00석 확보가 쉽지 않다. 박 대통령은 주말부터 새누리 지도부와 비주류, 초ㆍ재선의원들과의 연쇄 면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탄핵안 표결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야 3당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주류의 요구대로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명확히 밝힌다 해도 탄핵 표결을 강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일 태세다. 하지만 표결을 강행했다가 부결될 경우 파장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가결 의석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나 내심으로는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국민들의 분노가 표결 불참 또는 반대 측에 몰릴 수도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는 있다.
탄핵 표결과 관련한 정치권의 향후 움직임은 촛불 집회에서 표출될 민심 기류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주말의 6차 촛불집회 규모와 강도가 주목되는 이유다. 1,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이번에도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야 3당도 참여하며 분위기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서 이어지는 다음 한 주는 나라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기간이 될 게 틀림없다.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가 얄팍한 정치적 타산을 떠나 나라와 국민을 염두에 두고, 보다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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