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그제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자선바자의 한국 부스를 찾아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덕담을 나눴다고 한다. 이달 초 부임한 노 대사와 처음 대면한 왕 부장은 “양국관계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뒤 한국업체 부스 3곳을 모두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사진도 같이 찍었다. 중국 외교부장이 매년 열리는 바자에서 각 국가 부스를 돌며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사드 문제로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 이런 친화적 모습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왕 부장은 북한 측 부스에는 들르지도 않았다.
왕 부장의 이런 행보는 최근 한중관계 해빙 기미와 맞물려 ‘사드 경색’을 해소해 보겠다는 적극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2기 체제가 마무리된 이후 새롭게 한중관계의 전환을 모색하려는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무성하다.
한중관계 개선 기미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막판 타결됐고, 필리핀에서는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민간분야에서도 중단됐던 한국행 항공노선 운항이 서서히 재개되고 있고, 이에 맞춰 방한 단체관광객 모집도 다시 이뤄지고 있다. 인민일보 등 관영언론들의 험악한 한국 비방공세도 최근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다음달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 중인 한중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화되면서 나타나고 있다. APEC 한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12월 중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내년 2월 시 주석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성사시켜 한중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생각인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드 갈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이후 1년 이상 계속돼 온 비정상적 한중관계를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기 어렵다. 양국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지 오래다. 북핵 문제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사드로 인한 중국의 핵심이익 침해를 한국이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식으로 정상회담이 추진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사드가 북핵 위협에 따른 불가피한 자위적 조치라는 분명한 사실과 인식을 분명히 전달하되, 사드 배치가 결과적으로 안보 우려를 자극했다는 중국의 인식에는 일부 이해를 표하는 선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적극적으로 관계개선에 임하되 원칙과 명분을 저버리지 말아야 취약한 관계개선 토대도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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