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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웜비어의 죽음,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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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웜비어의 죽음,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다

입력
2017.06.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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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송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끝내 숨졌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지 엿새 만이다. 건강했던 20대 청년이 북한 관광에 나섰다가 느닷없이 혼수상태로 돌아와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참담한 결과에 말문이 막힌다. 유가족의 고통에 깊은 연민과 위로를 표한다.

지난해 1월 평양을 여행하던 웜비어는 양각도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쳤다는 혐의로 체포된 뒤 그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웜비어는 선고 직후 혼수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지만, 북한 당국은 1년 이상 그의 상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달 초 극비리에 진행된 북미 접촉을 통해 북한이 웜비어의 송환에 응한 것은 그의 심각한 건강 상태가 미칠 대외적 파장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인을 포함한 민간인이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사례는 숱하게 많았지만 이번처럼 억류가 직접적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른 경우는 처음이다. 과거 인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회성으로 북한 정권의 야만성을 규탄하는 데 그쳤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우선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의 주장대로 웜비어가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던 게 사실인지, 그렇더라도 15년 형의 중형을 내린 게 적절했는지 등을 샅샅이 밝혀야 한다. 그가 왜 혼수 상태에 빠졌는지, 이런 상태를 왜 1년 넘게 숨겼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인도적 조치를 했는지 등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한은 그가 식중독 증세를 보이다 혼수 상태에 빠졌다고 했으나 미국 의료진은 “식중독 증세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잔혹한 정권”이라고 분노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김정은 정권이 미국 시민권자를 살해했다”고 규탄했다. 여론의 추이에 따라서는 이번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지만, 앞서 웜비어가 혼수 상태로 송환됐을 때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는 게 나았다. 우리 국민 6명과 미국인 3명, 캐나다인 1명이 여전히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점에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권을 강조하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일부 정치 세력의 행태도 용납하기 어렵다.

지금 중요한 것은 웜비어 죽음의 실체다. 북미ㆍ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그 다음 문제여서 우선은 정치적 셈법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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