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소 설치 통한 중성화 수술 방법 길고양이 개체 조절 대책 효과 커
마리당 15만원 수준의 수술 비용은 부담
길고양이들과 공존하는 사회는 가능한가.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사회 구현의 해답으로 급식소 설치를 활용한 TNR(Trap-Neuter-Returnㆍ중성화수술)에서 찾고 있다. TNR은 포획한 길고양이가 번식을 할 수 없도록 중성화수술을 한 뒤 다시 놓아주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강동구가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활용한 중성화 수술을 시행한 후 서울시와 동대문구 등 다른 자치구들도 이 방법을 시민과 길고양이의 공존 방식으로 택할 지 검토 중이다.
31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집고양이는 2012년 115만8,900여 마리(추정치)에서 2015년 189만7,100여 마리(추정치)로 63% 가량 증가했다. 집고양이 수가 증가하는 만큼 유기 등에 따른 길고양이도 증가 추세다. 동물단체들은 국내 길고양이 개체 수가 100만 마를 넘고 이중 서울에만 20만 마리 가량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길고양이 대책으로 2008년부터 중성화 수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사업 목표는 1만 마리로, 매년 그 수는 증가하고 있다. 안락사로 한 지역의 고양이 개체 수를 줄여도 곧 인접 지역 고양이가 들어와 1년에 2~3번, 한 번에 새끼 3~5마리를 낳기에 개체수 증가 억제는 중성화 수술이 사실상 유일하다. 길고양이는 수술 후 1~3일 후 포획장소에 다시 방사된다.
서울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현황
길고양이 급식소는 워낙 경계심이 많아 생각보다 힘든 길고양이 포획의 어려움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2013년 5월 서울에 첫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강동구는 급식소 사업 4년 차에 접어든 현재 올해 60개의 급식소를 설치ㆍ운영 중이다.
급식소는 길고양이의 한밤 중 울음소리와 쓰레기봉투를 헤집는 행동 및 배설물로 거리 환경이 저해된다는 민원이 증가하던 때 관내 거주 웹툰작가인 강풀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평소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며 ‘캣대디’로 활동하던 강씨가 뜻을 같이하는 단체 ‘미우캣보호협회’와 함께 급식소 설치를 강동구에 제안했다. 처음 중성화 수술에 탐탁지 않던 이들도 나중엔 급식소를 이용하는 길고양이들을 중성화하는데 동의했다.
효과가 입증되자, 서울시와 다른 자치구들도 중성화 수술 고양이 포획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월부터 보라매(10개소)ㆍ서울숲(10)ㆍ용산가족(4)ㆍ월드컵공원(3) 등 시내 공원 4곳에 총 27개소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현재 모니터링 중이다. 시는 상반기까지 각 공원 내 길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고, 각 공원 내 길고양이 개체수가 중성화 수술 전 70%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급식소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서울시설공단은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 6곳을 설치할 계획이며, 동대문구도 상반기 내로 급식소 6곳을 설치하기로 하는 등 자치구 4~5곳이 급식소를 설치했거나 계획 중이다.
그러나 1마리당 15만원 수준인 중성화 수술비용은 시민과 길고양이 공존을 위한 걸림돌이다. 강동구의 경우 올해 중성화 수술 예산은 시와 구가 반씩 부담한 7,500만원을 책정했다.
동물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급식소 사료를 무상 공급하지 않을 경우, 관련 예산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통한 중성화 수술은 예산문제가 연계된 만큼 아직 확대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급식소 설치를 통한 중성화 수술이 공존을 위한 계기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