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막기 위해 올해에도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정부는“유네스코가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근 마련한 세계기록유산 심사의 투명성 확보 개선안을 즉시 적용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며 올해 유네스코 분담금 34억8,000만엔(약 350억원) 지급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이 유네스코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난징 대학살 관련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자 “이 제도가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며 분담금 지급을 미루다 연말에서야 낸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은 난징 대학살 자료 등재 외에도 한국 중국 일본 네덜란드 등 8개국 시민단체가 위안부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 달라고 신청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분담금 지급 보류라는 일방적 조치를 들고 나와 큰 파문을 불렀다. 유네스코 분담금 부담 비율이 9.6%로 미국(22%)에 이어 세계 2위인 지위를 악용해 세계기록유산 심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겠다는 반역사적인 발상이다. 일본 내에서도 “돈을 앞세운 치졸한 짓”이라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다.
유네스코는 일본의 압박에 굴복해 견해 차가 있는 세계기록유산 신청에 대해 당사국 간 사전협의를 요구하는 내용의 심사제도 중간보고서를 최근 채택했고, 올해 10월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공식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의 주장은 이마저도 시기를 앞당겨 지금 당장 시행하라는 것이다.
2015년 12ㆍ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에도 역사를 부정하는 퇴행적 망언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의 태도로 볼 때 유네스코를 상대로 벌이는 이런 작태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안이하고 무기력한 자세다. 정부도 아닌 여러 나라의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위안부 기록 등재를 일본 정부가 개입해 노골적으로 방해하는데도 마치 남의 나라 일인 듯 뒷짐만 지고 있다. 우리가 등재신청 지원을 하면 일본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12ㆍ28 합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본의 행동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면서 우리의 눈과 입만 스스로 묶겠다는 것인가. 합의의 정신을 생각한다면 일본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켜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렇잖아도 12ㆍ28 합의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고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폐기ㆍ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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