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왜곡된 성인식으로 물의를 빚은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사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탁 행정관은 아직 청와대에 재직 중이다.
정 장관은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약속 드린 대로 (청와대에) 구두로 사퇴 의견을, 고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그러나) 그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좀 무력하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청와대가 탁 행정관을 해임하지 않은 책임을 정 장관에게 집중 추궁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성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그냥 한 번 건의하고 소임을 다했다고 할 자리가 아니라 반영될 때까지 노력하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도 “장관이 청와대에 (해임) 뜻을 전했다면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은 거듭 “소임을 다했다고 한 것이 아니고 무력하다고 말씀 드렸다”며 “능력 부족이라는 지적은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찾아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은 탁 행정관의 거취에 정 장관의 방침을 명확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업무보고를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당초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고 지난해 결산안을 논의하려던 이날 회의는 시작 30분 만에 정회됐다. 이어 속개된 회의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대신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정 장관의 안일한 태도와 무력함에 여성부 업무보고를 받는 게 무의미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각성하고 탁 행정관을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탁 행정관은 과거 저서들에서 여성의 몸을 남성의 성욕 충족 도구로 전락시키는 등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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