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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보나, 제2의 혜리? '란제리 소녀시대'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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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보나, 제2의 혜리? '란제리 소녀시대'의 한계

입력
2017.09.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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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녀 보나(왼쪽), 걸스데이 혜리

[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KBS2 월화극 ‘란제리 소녀시대’는 ‘응답하라 1979’라고 봐도 무방하다.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배경, 스토리, 인물 설정 등이 거의 똑같다. 여주인공 우주소녀 보나는 ‘응답하라 1998’로 스타덤에 오른 걸스데이 혜리를 떠올리게 한다. 도희와 김선영 역시 ‘응답하라’ 시리즈에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출연 중이다. 제목만 다를 뿐 ‘응답하라’를 지상파 채널에 그대로 옮겨 온 셈이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9년 대구를 배경으로 사춘기 소녀들의 우정과 사랑을 담고 있다. 천방지축 여고생 이정희(보나)의 첫사랑 이야기가 주축이다. 정희는 ‘대구의 남진’이라고 불리는 엄친아 손진(여회현)을 짝사랑 중이다. 정희만 일편단심 바라보는 배동문(서동주)과 손진이 좋아하는 서울에서 전학 온 엄친 딸 박혜주(채서진)도 있다. 지난해 초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응팔)이 오버랩 되는 지점이다.

보나가 맡은 천방지축 여고생 이정희는 ‘응팔’에서 혜리가 연기한 성덕선과 비교됐다. 정희와 덕선 모두 공부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다른 형제들에 밀려 가족들에 차별 받기 일쑤다. 정희와 덕선 아버지 역의 성동일과 권해효 역시 가부장적인 캐릭터 성격이 비슷하다. 배경만 서울 쌍문동에서 대구로 바뀌고, 시대가 10년 정도 차이 나는 점 외에는 다른 점이 없다. 물론 시대적 배경이 비슷한 탓이 크지만, 2013년부터 tvN에서 이미 선보인 복고 코드는 시청자들에게 지루함을 안기고 있다.

김선영은 ‘응팔’ 속 선우(고경표) 엄마에서 보나 엄마로 변신했다. 마찬가지로 경상도 아줌마 캐릭터 역을 맡았다. 사투리 연기를 비롯해 헤어스타일, 의상 등은 별반 차이가 없다. 또 약국 총각 주영춘(이종현)의 동생 주앵초(조아인)는 ‘응팔’에서 선우의 늦둥이 막냇동생 진주(김설) 역할을 했다. 도희 역시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이력이 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자신의 고향과 같은 전남 여수 출신의 대학생 조윤진을 연기했다. 당시 전라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소화해 호평 받았다.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정희의 숙적인 학교 일진 아카시아파의 수장 심애숙으로 변신,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소화 중이다.

'란제리 소녀시대' 포스터

하지만 보나를 비롯해 서영주, 여회현, 이종현, 도희 등의 사투리 연기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같은 경상도라도 대구와 부산 사투리는 차이가 있기 마련. 배경은 대구인데 부산 사투리를 쓰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이 “근본없는 사투리”라고 혹평하는 이유다.

아울러 섬세하지 못한 대본과 엉성한 연출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1970년대에 교련선생님에게 ‘쌤’이라고 부른다거나, ‘킹카’라는 요즘 말이 등장해 시대와 동떨어지는 느낌을 줬다. 그 시대 학생들에 맞지 않는 의상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남고생의 교복은 요즘 유행하는 슬랙스를 연상시켰다. 여고생 역의 배우들은 화장 역시 현대식일 뿐만 아니라 써클렌즈에 네일아트까지 하고 등장했다. 세트장 뒤로 보이는 고층 건물은 ‘CG처리가 귀찮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지난 5월 종영한 ‘완벽한 아내’ 홍석구 PD와 윤경아 작가가 다시 한 번 재회한 작품이다. ‘완벽한 아내’는 고소영이 10년 만에 복귀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5~6%대의 낮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정성효 KBS 드라마센터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란제리 소녀시대’가 ‘완벽한 아내’ 전에 편성됐으면 더 잘 됐을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란제리 소녀시대’는 급하게 준비한 작품이 아니다. 2009년 발간된 소설가 김용희의 동명의 작품이 원작이다. ‘완벽한 아내’ 전부터 준비가 완료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지난 11일 첫 방송 분이 전국 시청률 4.3%(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4회까지 방송됐지만 4.1%로 시청률 제자리 걸음 중이다. 이 대로라면 제2의 ‘응답하라’는 커녕 ‘완벽한 아내’의 실패를 고스란히 답습할지도 모른다.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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