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로만 버티는데 한계”
은산분리 유연 적용 필요 지적
#. 지난 4월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에 최대 1억원까지 빌려주는 ‘직장인K 신용대출’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때 케이뱅크 여신의 70%를 차지하던 이 상품은 하지만 지난달 1일부터 판매 중단 상태다. K뱅크 관계자는 “하반기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는데, 신용대출이 더 늘면 현재 자본으로 감당할 수 없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며 “연내 증자를 노력 중이지만, 현재로선 판매 재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출범 닷새 만에 100만 고객을 끌어 모으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뱅크 역시 이런 케이뱅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케이뱅크보다 주주구성은 안정적이지만 폭발적인 대출 증가를 견디기엔 카카오뱅크도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1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1시 기준 카카오뱅크의 수신액(3,440억원)과 여신액(3,230억원)은 이미 설립 자본금(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의 비율)은 현재 94%로, 케이뱅크가 직장인K 신용대출을 중단할 당시(90% 초반)보다 오히려 높다.
현재 금융당국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자산 2조원 이상 시중은행의 예대율을 10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아직 소규모인 인터넷은행들은 의무 제한 대상은 아니지만 이런 예대율 기준을 최대한 준수한다는 방침이다. 대출 대부분이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돼 있어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대출액이 급증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선제적으로 대출을 중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카카오뱅크는 다만 ‘추가 증가 여력’을 내세우며 케이뱅크와는 사정이 다름을 강조하고 있다. 비금융사(KT)가 최대주주인 케이뱅크와 달리 금융사(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의 58%를 가져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제한) 완화와 관계 없이 당장 증자에 문제가 없다”(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것이다.
하지만 여신 급증세가 지금처럼 계속되면 카카오뱅크 역시 무작정 증자로만 대응하는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취약한 자본 규모는 연체율이 높아질 때 대응력도 떨어뜨린다.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을 낮춘 탓에 연체가 발생하면 타격이 더 크고, 이는 당장 강점으로 내세우는 금리 경쟁력과 파격적인 수수료 등 가격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2년 후 부실이 발생할 경우 대손충당금(대출 손실금에 대비한 적립금)도 늘어날텐데, 그때도 지금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산분리 원칙은 중요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일정 규모로 성장할 때까지는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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