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치는 2016 세계 경제
김 영 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세계 전역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하지만 그 화려한 환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 주가는 보란 듯이 폭락했다. 새해를 맞는 파티의 끝은 늘 씁쓸했었지만, 올해 충격은 유난히 각별하다. 새해 첫날부터 중국의 주가폭락과 거래중지조치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주가동반폭락을 초래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서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현상은 진작부터 예상됐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세계금융시장의 요동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 급기야 “2008년의 세계 경제위기가 재연되는 것은 아니냐”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6년 벽두부터 세계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세계경제의 주요 불안요인을 짚어보고 그 향방을 진단해본다.
▦중국이 세계경제위기의 뇌관인가
20여 년을 넘게 10%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보여온 중국경제는 선진국의 장기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런 중국경제의 최근 성장세 둔화는 일찌감치 세계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지난해 말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중국의 경제불안요인들에 대한 우려들이 새해 첫날부터 주가폭락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13억 인구의 중국경제가 20년을 넘게 10%대의 경제성장세를 지속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런 점에서 7%대 전후로 낮아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뉴 노멀(New normal)’ 현상이라 부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성장의 급속한 감소세는 중국의 에너지, 원자재 및 중간재의 수입수요를 역시 급속히 감소시켰고, 이는 중국 수출에 의존해오던 우리나라 등 신흥국경제의 동반침체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생산감소에 따른 석유수요감소로 추가적인 유가하락과 원자재 및 중간재가격의 하락으로 세계적인 디플레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자본유출과 위안화 투매에 따른 평가절하, 그리고 중국 주가의 지속적인 폭락세는 중국경제의 구조적인 위기요인들에 대한 세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먼저 중국 국유기업의 과도한 부채부담과 이러한 부채에 기반한 과잉설비투자는 중국 기업의 채산성악화 및 과잉공급에 의한 세계적인 디플레 압력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의 가계 역시 부채에 기반한 투기적 부동산 및 주식투자의 결과, 지난 2015년 3월부터 6월까지 단 3개월 만에 중국주가(CSI 300 Index)가 52%나 폭등하는 ‘자산 거품’을 만들었다.
또한 지난해부터 중국정부는 외환시장개방 정책을 도입해 왔으나, 최근의 과도한 위안화 절하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결국 또다시 외환시장에 대해 다양한 정책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중국 정부의 주식시장 및 외환시장에서의 서툰 시장개입정책은 오히려 시장의 불안과 변동성을 더 높이는 결과들을 낳고 있다. 이는 향후 국제 금융시장에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장기적으로는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가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중국 은행의 과도한 부실 채권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국에서 자금 유출 규모가 더 확대된다면, 이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 불안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신흥국으로 확산된 디플레 압력
2016년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현상은 또 있다. 제로 금리에도 불구하고 디플레 압력 및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세계경제가 디플레 및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명이 있다.
첫째, “세계 경제가 지난 세기의 대공황 때와 마찬가지로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졌다”는 주장이다. 즉 금리가 제로임에도 불구하고 미래경제상황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현금 보유를 더욱 확대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제로금리가 소비 및 투자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둘째, 만약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경우라면 정부는 지속적인 통화팽창 정책을 펼쳐 인플레 기대심리를 촉발하고 수요위축을 방지해야 한다. 그러나 통화정책당국이 인플레를 우려한 긴축통화정책을 지나치게 조기에 시행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경기침체를 재연시키고 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최근 미국 금리인상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제로금리상태에도 저조한 경제성장을 보이는 마지막 이유는, 세계경제가 유망한 투자처 및 투자대상산업을 발굴하지 못한 가운데 저축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반적으로 부유층의 한계소비성향(MPCㆍ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은 낮은데, 전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저금리와 디플레 현성을 지속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즉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설비 투자 수요는 감소하는 최근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특성 자체가 총수요와 투자수요를 감소시켜 장기불황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조적 요인과 함께 최근 중국경제의 침체가 원유 등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에 대한 수요를 급감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국제유가와 각종 원자재 및 중간재가격 역시 폭락시켜 디플레이션 현상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촉발한 ‘유가 하락’ 현상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이 원유생산량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여기에 최근 이란-사우디 간 갈등이 심화되고, 원유 생산조정체계가 붕괴되면서 국제유가는 더욱더 추가 하락하고 있다. 그 결과, 주요산유국 및 개도국의 원자재 수요가 추가 감소하면서 세계경제의 위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국제 정책공조 약화와 세계 정치불안
지난해 말 미국의 금리인하정책이 촉발했던 중국 등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유출현상은 새해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중국 위안화 가치 폭락이 여타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를 동반 하락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및 신흥국들의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보다는 달러 부채비중이 높은 신흥국의 부채상환부담을 높인다. 이는 곧 신흥국의 금융 위기 가능성과 연계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금리인상정책을 공언한 미국과는 달리,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중앙은행은 지속적인 양적 완화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세계주요국들의 상반된 금융정책이 지속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2016년 벽두에 시도된 북한의 핵폭탄 실험은 곧이어 국제적인 대북경제제재로 이어질 모양이다. 이는 북한의 반발 등 동북아의 불안요인을 확대시켜, 추가적인 동북아 및 세계경제위축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미국과 일부 서방국에서는 극우정치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 역시 세계 정치질서 및 경제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 최근 발생한 사우디-이란간 종교갈등은 기존의 IS에 의한 중동발 세계 정치불안을 확대시키면서 유가 추가하락 및 세계 경제 침체 현상을 예상케 한다. 영국의 EU탈퇴 가능성 역시 유럽 경제의 혼란가중과 함께 서방의 정책공조체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 기존의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간의 다양한 영토갈등 및 패권경쟁이 심화될 경우 2016년도 세계경제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향방은?
문제는 이 같이 불안한 세계경제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ㆍ산업의 국제경쟁력 역시 급속하게 와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의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세계평균을 훨씬 밑도는 마이너스 15.4%를 기록, 한국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줬다. 특히 한국의 주력수출산업인 전자는 물론, 기계, 조선, 화학, 철강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중국 등 주요경쟁국에 비해 뒤쳐졌다. 이는 비교우위 및 절대우위 양측면에서 모두 나타난 현상이다.
사방이 위기로 둘러싸인 2016년의 세계경제환경에서 우리경제가 살아남기 위에서는 결국 국제 경쟁력을 다시 끌어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획기적인 기술혁신투자와 함께 노동시장개혁 등 구조개혁의 밑바탕인 튼튼한 사회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이는 과거 선진국들의 디플레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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