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ㆍ아베, 워싱턴서 정상회담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안돼"
TPP 협상 진전… 타결 임박 시사
한국 외교ㆍ안보정책 변곡점 예고
미국과 일본이 안보ㆍ경제 등에서 전방위적 협력강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미일 동맹’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이는 동북아시아에서 두 나라의 ‘대 중국’ 봉쇄 전략이 한층 강화됨을 뜻하는 것이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우리 외교ㆍ안보 정책에 중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의 강고한 동맹을 강조하는 ‘미ㆍ일 공동비전 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섰던 두 나라가 화해를 통해 동맹 관계를 구축, 아시아와 세계 평화ㆍ번영에 기여해온 점을 높이 평가한 뒤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미일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특히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으로 주권과 영토의 일체성을 해치는 행동은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란 문구를 성명에 포함시켰는데,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한 표현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발표한 ‘핵확산금지조약(NPT) 공동성명’에서는 “북한 비핵화(CVID)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절차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도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혀,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AP통신은 핵심쟁점이던 일본 픽업트럭과 미국산 농산물에 적용되는 관세ㆍ무역장벽에 대한 이견이 크게 좁혀졌다고 보도했다. 교도(共同)통신은 두 정상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오키나와(沖繩)의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을 헤노코(邊野古) 연안으로 이전하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주일미군 재편을 둘러싼 오키나와 기지부담 경감계획을 가속화할 것을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백악관 집무실에서 두 시간 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한미일 삼각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한국과의 과거사 갈등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게 좋겠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사과가 부족한 거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위안부 희생자에 대해 깊은 아픔을 느끼며, 고노 담화 등을 부정한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데 그쳤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오후 아베 총리가 워싱턴에 도착한 직후부터 극진하게 예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직접 안내해 링컨 기념관을 방문했는데, 이는 당초 백악관이 발표한 일정에는 없던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올해는 남북전쟁 종식과 링컨 대통령 서거 150주년”이라며 “두 정상이 미국 역사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단둘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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