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시작 국내 첫 ‘해변 방송’
지역 아티스트에겐 활동의 장
피서객에게 다양한 볼거리 제공
누적 관람객 1만명 돌파하며 인기
“지금부터 해운대 해변 라디오를 시작하겠습니다.”
22일 오후 7시 피서객이 거의 빠져나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안내방송이 나오자 백사장 한가운데에 마련된 ‘해운대 해변 라디오ㆍ북 카페’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진행을 맡은 개그맨 김영민씨의 인사를 시작으로 마술쇼가 펼쳐졌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접시 돌리기, 불쇼, 저글링 등이 이어지자 주변은 어느새 구경꾼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마술쇼가 끝나고 ‘모던라이트(차지훈)’의 버스킹(길거리 공연)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아는 노래가 나오자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이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대전에서 휴가 차 친구들과 왔다는 이수빈(31ㆍ여)씨는 “낮에는 해수욕을 즐기고 해가 질 무렵부터는 이렇게 신나는 공연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지난 4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해변방송 ‘해운대 해변 라디오’가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5월 해운대해수욕장에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북 카페를 열었다가 태풍 차바 때 큰 피해를 입으면서 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구가 6개월 만에 북 카페를 복구하면서 방송시설을 추가한 게 지금의 해변 라디오ㆍ북 카페다. 오픈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문화공연을 펼치는 이곳의 프로그램은 카페 피서객들에겐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부산지역 아티스트들에겐 활동의 장이 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해변 라디오를 거쳐 간 아티스트는 줄잡아 100여명.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7~8시 사이 이곳을 찾아 음악과 웃음을 즐긴 누적 관람객 수도 1만여명에 이른다.
그 동안 1,000만원도 채 안 되는 예산으로 가수 허각, 유명 치어리더 박기량, 개그맨 박성호 등을 비롯해 시각장애인 기타리스트가 이끄는 인디밴드, 40대 주부들로 이뤄진 K팝 댄스팀, 어린이 치어리더팀 등이 무대를 빛냈다. 특히 마땅한 활동 무대가 없던 지역 아티스트들에겐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진행자 겸 책임 프로듀서인 김영민씨는 “부산 전역 아티스트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숨겨진 끼를 가진 이들을 소개하고 격려하는 열린 예술공간으로 진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변 라디오는 향후 두 달 치 출연자 스케줄이 잡혀 있을 정도로 지역 예술가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유명 출연자들이 지역 예술인을 위해 출연료를 내놓는 ‘기부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연예인들이 사양한 수십만원의 사례비가 지역 예술동아리 지원비와 섭외비로 쓰이고 있다.
해운대구 문화일자리사업단장이기도 한 김영민씨는 “지역 공연 예술가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취지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출연하겠다는 유명 인사도 많다”며 “국제적 관광명소 해운대에서 다양한 스토리와 재미를 엮어내는 명물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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