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ㆍ경제측면에서 과도한 ‘대(對) 중국’ 비중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신(新) 남방정책’이 처음으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한국과 동남아 각국 40여개 유망 중기ㆍ벤처기업이 참가, 상호 기술교류ㆍ투자협력 방안을 연중 상시적으로 논의하는 ‘한ㆍ아세안 비즈니스 서밋’이 결성됐다.
6일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ACSB)에 따르면 헤르마완 카르타자야 ACSB 의장 초청으로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모인 이날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미얀마의 42곳 유망 중기ㆍ벤처 대표들이 지속적인 상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협의기구를 발족시켰다. 문 대통령이 ‘신 남방정책’을 강조한 이후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성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범식에는 ACSB가 한국ㆍ동남아 중기ㆍ벤처 사이에서 상생ㆍ협력 가능성이 특히 높다고 판단한 6개 분야 유망 기업들이 주로 참석했다. 한국ㆍ동남아 사이의 기술ㆍ소득격차와 시장전망 등을 두루 감안, ACSB는 화장품과 자동차부품, 케이팝(K-Pop), 온라인교육, 항공, 식음료(F&B) 산업을 유망 교류분야로 선정했다.
한국 측에서는 한국콜마ㆍ토니모리(화장품), SM엔터테인먼트(K-Pop), 항공(베셀), 서울F&B(식음료) 등이 참가했고 동남아 측에서도 한국과의 기술ㆍ투자협력을 원하는 기업들이 동참했다. 한경진 SM엔터테인먼트 인도네시아 지사장은 “한류로 이 지역을 석권한 한국의 연예ㆍ방송제작 노하우를 습득하려는 동남아 기업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당 가격이 20만달러에 불과한 보급형 경비행기의 양산을 눈앞에 둔 베셀의 서기만 대표도 “바다가 넓고 섬이 많아 경비행기 수요가 많은 동남아 국가의 특성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서밋 참여 동남아 기업에서 합작 생산이나 기술제휴 문의가 들어 왔다”고 소개했다.
ACSB 주변에서는 동남아국가 기업들이 중국과 일본을 배제한 채 한국만 참여시킨 배경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 동안 동남아국가 정부나 기업들은 한ㆍ중ㆍ일 3국 사이의 형평을 고려, 한국이 단독 참여하는 협력기구를 만든 적이 없다. 한 관계자는 “자본을 앞세운 중국의 ‘싹쓸이’식 진출과 일본 경제에 대한 동남아 국가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한국을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데 동남아지역 기업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 측에서 모임 결성을 주도한 주영섭 전 중기청장과 김기찬 가톨릭 교수는 “발족식에 서밋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한편, 참가 기업도 계속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새로 출범한 모임의 거점은 동남아지역에서의 위상을 고려, 당분간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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