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성인 뇌사자의 폐 일부를 소아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처음으로 성공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와 서동인 소아과 교수팀은 폐동맥고혈압을 앓고 있는 임성균(7) 환아에게 성인 뇌사자의 폐 일부분을 절제해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임군은 지난해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후 6개월 동안 대기하던 끝에 적합한 성인 뇌사자의 폐를 찾게 돼 지난 3월에 수술을 받았다. 현재 회복기에 접어들어 산소 장치를 떼고 퇴원을 준비 중이다.
폐동맥고혈압은 국내 환자가 5천여 명 정도인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 압력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이 2~4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과거에는 폐 공여자와 이식 받을 환자의 키와 폐 크기 차이가 비슷할수록 우선순위가 높아 뇌사자가 드문 소아, 영유아는 불이익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폐 크기에 따른 우선순위 규정이 폐지되면서 소아 환자에게도 성인 폐를 이식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병원 측에 따르면 실제 2015년 기준 국제심폐이식협회에 등록된 전세계 4,226명 폐이식 수혜자 중 5세 미만은 12명에 불과하다.
김영태 교수는 "이식 관련 법 개선으로 성인 폐를 일부 잘라 소아에 이식해 소아 폐이식 대기환자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소아 환자들도 폐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을 기회가 부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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