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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고시반 특혜 "같은 등록금 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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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고시반 특혜 "같은 등록금 내는데…"

입력
2014.09.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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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공무원 시험 등 준비반 공채수준 시험 치러 소수 선발

장학금·기숙사·시험비용 지원 "고시반 하나에 年1000만원"

학생들 "교육 기회 불평등" 불만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박모(23ㆍ여)씨는 지난 학기 학교 언론사 입사시험 준비반 시험에 낙방했다. 실제 언론사 시험만큼 까다로운 선발 절차에서 세 번이나 고배를 마신 박씨는 두 달에 80만원을 내고 사설 학원에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똑같이 등록금을 내는데 소수의 인원만 뽑아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각종 ‘고시반’ 선발 과정이 실제 고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까다로워 ‘작은 공채’로 불리고 있다. 이미 준비된 학생들만 뽑아 고시반 합격률을 높이려는 꼼수이며 대학이 교육 격차 심화를 조장한다는 비난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동국대 언론사 준비반에 들어가려면 1ㆍ2학년 학생의 경우 토익 700점, 3ㆍ4학년은 800점 이상이 필수조건이다. 시험과목도 논술, 작문, 상식 등으로 실제 언론사 입사시험과 다르지 않다. 동국대는 이런 시험을 통해 지난달 23일 응시자 25명 중 18명을 선발했다.

경희대 5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준비반 ‘성지윤’은 매년 5급 공채 1차 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모의고사를 치러 학생을 뽑는다. 정원 50명 가운데 합격자나 중도포기자 등의 빈 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매년 평균 10명 정도 선발하는데, 5명 정도는 시험에서 탈락한다.

이화여대 역시 사법시험, 5급 공채 시험, 언론사 입사시험 준비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언론사 준비반의 경우 자기소개서, 공인영어시험 성적, 대학 성적표를 제출하는 서류전형을 거쳐 논술, 작문 등 필기전형과 면접전형까지 거쳐야 한다. 매년 2회 학생을 뽑을 때마다 평균 10명 정도 탈락자가 생긴다.

이런 각종 준비반 시험은 점점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동국대 언론사 준비반 시험은 초창기인 10년 전만 해도 글쓰기만 평가했지만 5년 전 공인영어성적이 필수조건으로 들어갔고, 이듬해 상식시험이 추가됐다.

학교들이 운영하는 고시반에 들어가기만 하면 다양한 혜택이 쏟아진다. 전용 도서관 이용은 물론이고 성적에 따라 학기당 100만원 안팎의 장학금도 준다. 경희대는 5급 공채 준비반 학생 중 시험 성적 상위 50% 학생들에 한해 기숙사 비용을 한 학기 5만원만 받는다. 일반 학생들은 30만원을 내야 한다. 동국대 언론사 준비반 학생들은 각종 일간지와 주간지 무료 구독, 현직 언론인 초빙 특강 우선 수강 등의 혜택을 누린다. 이화여대는 언론사 준비반 학생들의 토익, 한국어능력시험 비용까지 지원해준다.

고시반 학생들에게만 특혜가 주어지니 탈락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교 측은 비용 때문에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국대 관계자는 “고시반 하나를 운영하는데 연간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 모든 학생들을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현덕 참여연대 교육담당 간사는 “학생 한 명이 1년간 내는 등록금 1,000만원이면 고시반을 운영할 수 있는데 재정 핑계를 대는 것은 군색한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교육 목적에 맞춰 모든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김민정기자 mj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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