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이슬람원리주의 관심… 여러 루트 통해 IS 가입 타진
시리아 국경 부근의 터키 소도시에서 지난 10일 실종된 한국인 김모(18)군이 사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김군이 최소 2년 전부터 이슬람 원리주의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슬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에도 자발적으로 가담하려 한 정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수사당국도 20일 시리아 밀입국을 위해 김군이 터키행을 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낸 상태다.
한국일보가 김군의 트위터 계정 내용을 분석한 결과, 김군은 2013년 1월 트위터 계정(@glot****)을 개설하면서 ‘수니 무자헤딘(Sunni mujahideen)’이라는 이름의 아이디를 사용했다. 수니 무자헤딘은 IS 소속 종파인 수니파와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인 무자헤딘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에 비춰 김군은 적어도 2년 전부터 이슬람 원리주의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계정에는 검은 바탕에 “알라 외에 신은 없다. 알라의 예언자 무함마드”라고 쓰여진 깃발과 함께 IS 사진이 게재돼 있고, 소개 글에는 아랍어 인사인 ‘살람(salam)’이 적혀 있다.
김군의 트위터에는 지난해 10월 3일부터 31일까지 총 46개의 트윗이 올라와 있는데, 전부 IS를 추종하는 글과 대화로 도배돼 있다. 이 기간은 IS의 활동이 언론 등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시기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8월 IS는 미국의 공습에 반발해 억류 중인 미국인 기자를 참수한 영상을 공개한 후 잇달아 영국인과 프랑스인을 참수해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홈스쿨링을 하던 김군이 언론을 통해 IS의 존재를 알게 된 뒤 사회 불만세력을 포섭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IS를 해방구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김군의 게시물이 처음 올라온 10월 3일 김군은 IS 추종자로 보이는 두 명의 계정에 “당신과 팔로우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냈다. 이런 식으로 김군이 맞팔을 제안한 사람만 십여명에 달한다. 김군은 같은 달 4일 새벽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ㆍIS의 전신)에 가입하고 싶다. 방법을 아는 사람 있나?”라는 영어 글을 올렸고, 20여시간이 지난 뒤 ‘@Habdou****’라는 계정 사용자로부터 “IS에 가입하고 싶으면 한국에 있는 것보다 터키에 가는 것이 더 쉽다”는 조언을 받았다. 알라신을 찬양하는 대화를 주고 받은 이들은 같은 달 9일 오전 3시 전후로 김군의 IS 가담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김군이 “터키로 갈 준비는 다 됐지만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 모르겠다”고 하자 상대방은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하산’이라는 사람에게 전화하라”며 전화번호를 건넸다. 그러자 김군은 “형제여, 감사하다”며 수차례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지막 글을 올린 10월 31일에도 김군은 다른 트위터 사용자에게 “I want join IS(IS에 가입하고 싶다)”라며 꾸준히 IS 가담 의사를 타진했다. 동시다발로 여러 루트에 IS 가입을 타진한 것이다. 경찰은 19일 김군이 12월까지 트위터를 이용하다 보안성이 우수한 SNS인 ‘슈어스폿(Surespot)’으로 갈아탔다고 확인했다. 따라서 이 무렵 김군이 메시지를 보낸 IS 추종자 중 특정 인물로부터 응답을 받은 뒤 세부 가입절차와 관련한 비밀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
김군은 트위터에 IS를 따르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5일 IS를 추종하는 계정을 대상으로 트위터에 “남성이 여성에게 차별을 당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나는 페미니스트를 혐오한다. 그래서 나는 ISIS를 좋아한다”는 글을 남겼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김군이 속아서 시리아 밀입국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본인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김군 부모에 대한 방문조사를 마무리하고, 21일 김군 컴퓨터 및 현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와 여행 경로 등을 종합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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